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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뭘까"… 영상의 유혹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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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뭘까"… 영상의 유혹은 시작됐다

입력
2003.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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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가 아닌 영상으로 승부한다.'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카피 만큼 광고에서 중요한 요소가 있을까. 하지만 최근 카피를 최대한 생략하고 오로지 영상만을 내세운 광고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감각적이고 세련된 영상으로 시선을 사로 잡은 뒤 나오는 카피는 단 한마디 정도. 자칫 내용을 파악하기조차 힘들 정도지만, 광고 업계에서는 영상에 민감한 신세대들에게는 오히려 호소력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KTFT EVER '부활'편

언뜻 보면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좀처럼 짐작할 수 없는 알쏭달쏭한 내용으로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마치 최근 유행하는 일본 공포영화를 연상시킨다. 거대한 원기둥 모양의 돔 속에서 한 남자가 빛을 타고 공중으로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오열하는 여자. 하지만 그녀의 울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순간 적막을 깨고 휴대폰 소리가 울리며 "내가 여기 있잖아"라는 동영상 메시지가 전달된다. 제작진은 "반지의 제왕 등 최근 문화계에 새로운 코드로 등장한 판타지 형식을 빌려 어둔 곳에서도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폰의 특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제작 오리콤.

던킨도넛 '커피& 도넛'편

CF가 시작된 뒤 몇 초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은 채 오로지 놀란 남자의 얼굴만 보여준다. 도넛을 들고 사무실에 출근한 남자가 민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자세히 살펴보니 사무실 동료들도 모두 도넛을 들고 있는데, 다른 손에는 커피가 있지만, 남자는 도넛만 들고 있을 뿐 커피가 없다.

잔뜩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효과음이 흐른 뒤 나오는 카피는 단 한마디.

'커피, 도넛'이라는 말 뿐이다. 제작진은 "던킨도너츠가 도넛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두를 소비하는 커피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새로운 광고전략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제작 제일기획.

SK텔레텍 '스카이 캠'편

신나는 댄스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거리를 걷고 있는 한 남자. 맞은 편 거리에는 갑자기 쏟아진 비 때문에 우왕좌왕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 휴대폰에서 울려 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비를 피하던 남자가 자신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친구에게 보낸다.

이어 "내 뮤직비디오야"라고 독백하는 것으로 CF는 끝난다. 휴대폰 동영상 기능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신세대들의 모습을 유쾌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것이다.

카피보다 영상에 승부를 거는 광고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대해 오리콤 이상훈 부장은 "요즘 젊은이들은 말보다 비주얼로 소통하는 세대"라며 "비주얼 위주의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나름대로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줘 공감대가 크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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