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있는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音樂史)의 마지막에 등재되어 있는 현대음악작곡가이자 1997년, 2002년 각각 영화 '쿤둔'과 '디 아워스'로 아카데미 작곡상과 골든 글로브 작곡상에 노미네이트된 유명한 영화음악 작곡가 필립 글라스(65)가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10월14, 15일 LG아트센터에서 12인조의 필립 글라스 앙상블과 함께 내한 공연을 갖는 그는 지난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호평은 받은 가톨릭 신부이자 사회운동가 고드프리 레지오(63) 감독이 북미 호피족 언어로 제목을 단 ''콰씨(삶) 3부작' 중 '코야니스콰씨'(균형 잃은 삶,1983), '포와콰씨'(변형 속의 삶,1983)의 영상에 맞춰 라이브 연주를 펼친다. 필립 글라스도 직접 키보드를 연주한다.
벤처의 성공은 남들과 다른 발상에서 시작한다는 말처럼 미국 작곡가 필립 글라스도 어떤 면에서는 벤처 음악인이다. 루이지 노노, 루치아노 베리오, 피에르 불레즈 등 유럽의 현대음악 주류 작곡가들이 난해한 작법으로 '현대음악은 어렵고 괴상한 것'이라는 선입견을 만들어내는 동안 그는 70년대에 현대음악에서 금기시한 단순함과 반복의 '미니멀리즘' 음악을 개척했다.
미니멀리즘은 음을 최대한 단순화해서 계속적인 반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몽환적인 느낌을 만들어내는 장르. 폴란드 출신의 현대작곡가 고레츠키의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는 70만장 이상이 팔려나가 현대음악으로는 이례적인 성공을 기록하기도 했다.
순수음악 작곡가로는 드물게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그의 음악은 영상과 만났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영상과 함께 하는 이번 연주도 엄밀히 말하면 레지오와 글라스의 공동 창작이다. 어떤 내레이션과 자막도 없는 상황에서 현대 문명의 혼돈과 자연을 대비하고(코야니스콰씨), 남미, 아프리카 등 제3세계가 세계화에 잠식되어가는 다큐멘터리 영상(포와콰씨)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인도 시타르 연주자 라비 상카르와 친분을 쌓은 후 제3세계 음악의 영향을 받은 그답게 반복되는 리듬이지만 그 안에 이국적인 풍부한 색채와 미묘한 리듬의 변화를 줘서 마냥 단순하지는 않다. 공연 부제인 '필립 온 필름'은 글라스가 영상과 음악을 결합한 일련의 작품시리즈로 '콰씨 3부작' 등 외에도 '아니마 문디' '미녀와 야수' '드라큘라' 등이 있다. 최첨단 영상과 음악의 예술적 만남을 난해하지 않게 풀어낸 명작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02)2005―0114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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