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0204-+++++++'.보건복지부가 1일 발표한 한국의 최고령 노인 양다학(경기 부천시 원미구) 할머니의 주민등록번호다. 원미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양 할머니의 나이는 만 114세. 동학혁명(1894년)보다 더 이른 나이에 태어난 셈이다.
하지만 파킨슨씨병을 앓고 있는 양 할머니는 자신의 정확한 나이나 시집간 해, 자신의 띠를 기억하지 못했다. 호적에 나타난 양 할머니 첫 딸의 생년은 1925년으로 조혼풍습이 있던 당시와는 달리 첫 출산이 36세에 이루어져 신뢰성이 떨어진다.
간신히 연락이 닿은 막내 딸(57·서울 거주)은 "어머니는 원숭이 띠로 나이는 95세"라며 "호적이 잘못 적혔고 뒤에 수정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호적상 양 할머니의 자녀는 2녀만 기재돼 있으나 실제로는 1남5녀였다.
복지부가 발표한 남자 최고령자는 박모(경남 마산시) 할아버지. 주민번호는 '950213-9822+++'. 주민등록상 108세지만 실제로는 97세. 가족들에 따르면 형이 어린나이에 죽은 뒤 사망신고를 하지 않아 뒤에 태어난 박할아버지가 형의 호적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복지부가 발표한 최고령자 현황에 따르면 주민등록상 110세 이상 노인은 전국에 모두 7명. 주민등록상 두번째로 나이가 많은 이모(113) 할머니의 가족들도 "100세 정도는 됐는데 113세는 아니다"고 말하는 등 나이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
복지부는 30일 미리 낸 최고령자 자료에서 8월 말 사망한 함모 할머니를 최고령자로 뽑았다가 뒤늦게 이를 양 할머니로 수정했다. 이 같은 오류는 복지부가 단순히 주민등록상의 생년월일만을 가지고 최고령자를 뽑았기 때문.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인 1998년에도 최고령자 선정이 지금과 똑 같은 이유로 논란이 됐다.
일제 점령기, 8·15 해방, 6·25전쟁 등 혼미한 시기에 호적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것은 주지의 사실. '띠'나 '시집 또는 장가를 간 나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억' 등에 대해 최고령자와 가족에 대한 대면접촉을 통해 정밀조사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국내 최고령자는 오리무중일 수밖에 없다. 논란을 빚자 복지부는 이날 오후 "최고령자에 대한 조사가 정밀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최고령자에 대한 발표는 취소한다"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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