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통신시장 판도에 가늠자가 될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시행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효과에 대한 분석이 분분해지고 있다. 3위의 LG텔레콤이 선두인 SK텔레콤의 안방공략에 성공해 통신시장이 실질적 3강 대결구도로 재편되는 '핵폭탄'급 위력을 발휘하게 될지, 아니면 '찻잔속 태풍'으로 끝나 SK텔레콤의 독주가 한층 공고해질 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시행시기는 시장점유율 차이에 따라 SK텔레콤 내년 1월 KTF 내년 7월 LG텔레콤은 2005년1월로 차등화했다. 즉, SK텔레콤 가입자는 내년 1월부터 LG텔레콤으로 변경할 수 있지만, LG텔레콤 고객이 SK텔레콤으로 가는 것은 2005년부터나 가능한 것이다. LG텔레콤으로선 내년 한 해가 자신의 고객은 묶어둔 채 SK텔레콤 가입자를 끌어 올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여서, 사운을 건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LG텔레콤 관계자는 "번호이동성 시행을 통해 신규고객을 200만명 이상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이를 통해 현재 14.3%인 시장점유율을 20%대 초반으로 끌어 올려 실질적 3강 경쟁이 가능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LG텔레콤측은 SK텔레콤에 비해 요금에서 확실한 경쟁력이 있는 만큼 단말기 성능과 콘텐츠만 지속적으로 개선하면 번호이동성 제도를 통해 SK텔레콤과 일부 KTF고객을 끌어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시장반응은 썰렁한 편이다. 삼성증권 최영석 애널리스트는 "일부 영향은 있겠지만 번호이동성에 따른 시장점유율 변화는 기껏해야 1∼2%에 불과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현대증권 서용석 애널리스트도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장판도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텔레콤 고객이 LG텔레콤으로 옮겨가려면 새로운 단말기를 구입해야 하는데, 수십만원대의 단말기 구입비용을 감안하면 LG텔레콤의 낮은 요금체계가 별로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오히려 2005년부터는 LG텔레콤 고객이 SK텔레콤으로 옮겨갈 수 있게 되는 만큼 번호이동성 자체가 LG텔레콤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사활의 배수진을 친 LG텔레콤으로선 파상적 마케팅 공세를 펼칠 수 밖에 없어 통신 3사의 대혈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 번호이동성 제도란
휴대폰의 번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입회사만 바꾸는 것으로, 소비자들은 별도 탈퇴절차를 밟지 않고 새 통신사에 가입신청서만 내면 통신서비스 회사를 변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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