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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곽주영 KT&G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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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곽주영 KT&G 사장

입력
2003.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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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 되고 나서 제일 힘든 게 10명이나 되는 사외이사들을 설득하는 겁니다. 실제 투자계획이 부결된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사장이 사외이사들에게 쩔쩔 매는 게 바람직 한 것 아닙니까."지난해 12월 담배인삼공사에서 민영화한 KT& G 곽주영(郭周榮) 사장은 자신에게 맡겨진 가장 큰 숙제는 바로 투명경영과 주주가치의 극대화라고 강조했다.

"연초에 노무현 대통령이 '민영화한 공기업의 경우 CEO가 전횡을 행사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을 때, 전적으로 공감했다"는 곽 사장은 "태생이 공기업일수록 CEO를 견제하고, 정부의 경영간섭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KT& G는 전체 이사 13명 중 10명이 사외이사다. 또 이사회내에 7개의 전문위원회가 회사내 결정사항을 대부분 처리하고, 중요 결정사항도 반드시 전문위원회를 거쳐 전체 이사회에 상정하게 돼 있다. KT& G가 성공한 민영화 모델로 불리는 것도 이처럼 이사회 중심의 투명한 경영체제 때문이다.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기까지 곽 사장의 인생역정은 이 회사가 내 놓은 담배 종류 만큼이나 다양하다. KT& G 사장에 선임됐을 때 대형 플래카드가 동네 입구에 내걸렸을 정도로 그의 고향은 전남 구례에서도 '깡촌'에 속했다.

고교(부산고) 진학 후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도에 포기해야 했고(그는 고교 중퇴후 자신이 어떻게 생계를 유지했는지에 대해서는 '오프더 레코드', 즉 비보도를 전제로 답변에 응했다), 대학은 검정고시로 들어갔다.

1973년 기술고시에 합격해 전매청에 입사한 곽 사장은 기계공학도 출신답게, 입사 초기 공장에서 근무하며 국산 담배생산 기계를 설계하고 제작했다.

80년대 전매청이 담배 전매·판매 행정을 전산화할 때는 청 내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다룬다는 이유로 당시 전매청장이었던 이규성(李揆成) 전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발탁돼 전산행정담당관에 임명됐다. 그때만해도 공무원 규정상 기술직은 전산행정담당관을 할 수 없었다. 이 전 전매청장은 총무처의 공무원 규정까지 바꿔가며 그를 자리에 앉혔다. 그 이후 곽 사장은 기계공학과는 거리가 먼 기획조정국장, 경영혁신기획단장 등을 역임하며 2001년 3월 49세의 나이에 CEO로 선임됐다.

올 해 사상 최고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곽 사장은 앞으로 닥쳐올 시련이 더 걱정이다. "2001년 7월부터 외국담배 회사들의 국내 제조가 허용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습니다. 여기에다 금연 바람까지 더해져 담배사업의 성장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가 취임 후 가장 공을 많이 들인 분야가 해외시장 개척과 신산업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다.

그는 취임 후 중국에 3개 사무소를 설치했다. "한국의 담배시장이 1,000억 개비 정도인데 반해, 중국은 1조7,000억 개비입니다.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게 최대 과제 중 하나죠."

미국에도 'KT& G USA'라는 현지 법인을 세웠고, 몽골에도 '(주) 코스모 토바코'라는 합작담배회사를 설립했다. 이 결과 99년 26억개비에 불과하던 수출물량이 지난해 214억개비로 3년 만에 8배가 늘었고, 자체 담배회사가 없는 중앙아시아와 중동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KT& G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글로벌 기업화하고, 사업을 다각화 해야 한다는 것이 입증된거죠."

바이오·식품 산업 진출도 이 같은 사업 다각화의 산물이다. 현재 한 제약회사를 인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고 바이오 분야는 매년 이익의 10% 범위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곽 사장은 "10∼15년 사이에 세계적 신약을 1개 이상 개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내 벤처인 'KT& G 휴럼'과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 등을 연계해 건강식품 분야에도 입지를 넓힐 방침이다. "홍삼제품 브랜드인 '정관장'은 국내에서는 이미 독보적이고, 세계적으로도 명품 대접을 받고 있지요. 인삼공사를 세계일류 종합건강 식품기업으로 발전시킬 겁니다."

곽 사장은 새 담배가 출시될 때마다 교체해 가며 피우지만 남에게 담배를 권하거나 세일즈하지는 않는다. "치명적이냐 아니냐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사실 아닙니까. 흡연은 개인이 판단할 문제죠. 그러나 해롭다, 안 해롭다는 문제와는 별개로 담배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이해돼야 합니다." 그의 담배 철학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 곽주영 사장은

1952년 전남 구례 출생

69년 부산고 2년 중퇴

73년 기술고시 합격

74년 부산대 기계공학과 졸업, 전매청 입사

81년 KAIST 석사

83년 전매청 전산담당관

2000년 한국담배인삼공사 기획본부장

2001년 한국담배인삼공사 대표이사 사장

내가 감명깊게 읽은책

KT& G 가 민영기업으로 출범한 이후 스스로를 민간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변모시키기 위해 많은 고민과 변화를 거듭해왔다. 이러한 고뇌의 시기에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최근 흥미롭게 읽은 'Built to Last'는 '경영의 요체는 인간'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경영인에게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데 집중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그에 따른 네 가지 해법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기업들은 짧게는 50년에서 길게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3M, GE, 보잉, 존슨앤존슨 등이다. 극심한 위기상황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회복할 수 있는 저력을 보여 주었을 뿐 아니라 사회에 끼친 영향력이 지대한 최상의 기업들이다.

최상의 기업은 몇 가지 위대한 아이디어나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리는 몇 사람의 카리스마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영속적인 조직 문화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모든 기업은 변화와 안정, 장기투자와 단기업적 등 끊임없는 선택(OR)의 상황에 놓여있다. 최고의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존의 경영이 필요하며 모순되는 두 가지 목표나 아이디어를 동시에 추구하는 공존(AND)의 천재가 돼야 한다.

민영화 이후 KT& G 역시 다양한 사업다각화 전략으로 바이오산업 등 미래 유망사업에 도전하는 공존의 경영을 택했다. 국내시장 환경의 엄청난 변화로 치열한 생존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시장우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선택이었다. 최상의 기업들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쇄신한다. 즉 외부 기업들과 경쟁했다기 보다 스스로와 경쟁한 셈이다. 최고라는 지위는 그 결과일 뿐이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에 잠겨 보았을 '성공하는 사람, 성공하는 기업의 비결'에 대한 해답으로 이 책은 '핵심의 보존, 변화의 자극'을 제시하고 있다. 민영기업의 원년으로 미래 비전을 구축하고 새로운 도약의 한 걸음을 내딛는 최고 경영자에게 기업경영의 핵심과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전략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 KT&G는 어떤회사

공기업이었던 한국담배인삼공사는 지난해 12월 민영화하면서 KT& G로 사명을 바꾸었다.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영문표기인 'Korea Tobacco & Ginseng'에서 따온 것이지만, 'Korea Tomorrow & Global'의 의미를 담았다는 설명. KT& G는 담배사업에 주력하고, '정관장'이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홍삼사업은 1999년 자회사(한국인삼공사)로 분리했다. 'KT& G가 병 주고 약 준다'는 농담도 이 때문이다.

KT& G의 전신은 1951년 설립된 전매청이지만 87년 한국전매공사, 89년 한국담배인삼공사 등으로 이름을 바꾸어왔다. 지난해 말 민영화 이후 주주구성은 자사주가 34.1%, 외국인이 27.0%, 중소기업은행이 10.8%, 대한투신증권 7.6%, 개인 5.8% 등이다.

현재 외국담배회사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긴 하지만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은 77.1%에 달한다. 다만 2000원 이상 프리미엄급에서는 점유율이 58.4%. 올 상반기 사상최고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 순매출은 1조25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6.5% 증가했고, 영업이익(3,583억원)은 30.3%, 순이익(2,647억원)은 41.2% 상승했다. 국내 담배 판매는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해외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담배사업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KT& G의 최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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