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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는 잠자리채 / 전국민이 "이승엽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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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는 잠자리채 / 전국민이 "이승엽 신드롬"

입력
2003.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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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딜가나 온통 이승엽(27·삼성) 홈런이야기 뿐이다. 이른 아침에 출근한 직장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승엽의 아시아신기록 이야기를 화두삼아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게 일상사가 됐다. 야구문외한인 주부들도 만나기만 하면 이승엽을 화제삼아 이야기 꽃을 피운다. 이 같은 '홈런신드롬'은 출범 22년된 프로야구의 풍속도까지 바꾸고 있다. '야구'의 '야'자도 모르던 사람들도 '홈런대박'을 꿈꾸며 잠자리채를 들고 야구장으로 야구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1일 삼성-기아 경기가 열린 광주구장도 경기시작 전부터 우측 외야석이 발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좌타자인 이승엽이 우월 홈런을 때릴 가능성이 가장 커 너도나도 우측외야 스탠드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자 외야석을 선점한 야구팬들은 하나같이 "외야로! 외야로!" "이∼승엽.시원하게 날려버려"를 외쳤다. 수억원을 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56호 홈런볼을 잡아 '로또 복권'같은 대박을 터뜨려 인생역전을 꿈꾸는 소시민들의 모습이다.

잠자리채가 처음 야구장에 등장한 것은 지난달 23일 광주에서 열린 삼성―기아 4연전 첫 경기 때부터. 골수팬들중 홈런볼이나 파울볼을 잡기위해 야구글러브를 갖고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잠자리채를 든 열성팬들이 야구장에 나타난 것은 프로야구 출범 이후 초유의 일이다.

이승엽의 홈런을 기원하는 데는 홈경기와 원정경기의 구별도 없다. 이승엽은 홈인 대구에서보다 광주와 부산, 잠실에서 더 영웅이 됐다. 원정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승엽의 사인을 받기 위한 홈팀 팬들의 행렬이 끝이 없었다. 영호남팀이 적지에서 경기를 하면 홈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에 주눅이 들기 일쑤였던 것은 이제 지나간 레퍼토리가 됐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고의사구를 던진 홈팀 투수를 향해 부산 홈 관중이 물병과 오물을 던진 것도 이런 아이러니의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다. 홈런 신기록을 기원하는 팬들의 애타는 마음은 이미 2일 이승엽이 마지막으로 홈런신기록에 도전하는 대구구장으로 향하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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