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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소비보다 투자 촉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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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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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최근까지 내수부양을 위한 단기적 경기정책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실제로 정부는 그동안 경기침체 속에서도 과도하게 금리를 인하하는 정책을 사용하지 않았다. 과거 우리 내수부양정책의 부작용을 고려할 때 이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지금과 같이 실업률이 높고 경기가 침체하는 시점에서는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거시경제정책은 삼가더라도 다른 미시적인 경기대책은 적극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최근 정부는 그 일환으로 신용카드대책을 발표했다. 신용카드 현금대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내용이다. 물론 신용카드 규제 완화는 소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막고 신용불량자 수도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특히 최근 환율하락으로 예상되는 수출감소로 인한 추가적 경기침체를 막는 사전적 조치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부작용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투자를 늘리기 보다는 손쉬운 소비 촉진을 통해 경기를 부양했다. 그 결과 경기부양효과는 단기에 그치면서 가계부실과 신용불량자가 양산된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지금 같이 환율하락으로 수출이 줄어도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는 정책수단을 사용하기 어렵게 되었다.

신용카드 규제완화를 통한 경기대책은 일시적으로 소비를 늘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또다시 가계부실과 신용불량자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신용불량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20, 30대의 소비패턴이 개선되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며, 신용카드 회사의 부실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신용카드대책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소비를 늘리는 것보다 기업투자 활성화가 중요하다. 기업투자 활성화만이 부작용 없이 경기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노사관계를 안정시켜야 한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과도한 노사분규로 투자의욕을 상실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가격과 임금이 높아져 경쟁력이 취약한 마당에 이러한 불안요인은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를 줄이고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게 하여 결국 제조업의 공동화를 부르게 된다. 정부는 노사에게 균등하고 일관된 노동정책을 사용하여 기업인들을 안심시키고 투자의욕을 높여주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세제혜택을 주어서라도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부작용으로 인해 금리정책을 쓸 수 없고 환율도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재정정책이라는 점에서, 지금 재경부가 계획하고 있는 법인세율 인하를 통한 투자 촉진정책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소비를 늘리는 데에도 신용카드대책보다는 소비세 인하 등 재정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밖에 부동산가격 폭등에 따라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는 자금이 생산적인 기업투자로 돌아가도록 재건축 재개발 등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부동산투자로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경우 유휴자금이 기업의 설비투자로 가지 않아 경기부양은 더욱 어려워지며, 주택가격 상승이 임금 인상 압력요인이 되어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이는 유효적절한 미시적 경기대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될 때 우리 경기는 부양되고 경제는 되살아 날 수 있을 것이다.

김 정 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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