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시장이 종 세분화와 소형평형의무비율 확대 등으로 암초에 부딪히면서 리모델링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단지들이 크게 늘고 있다. 각종 규제로 정상적인 재건축사업이 힘든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틀어 살길을 모색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30일 부동산업계와 재건축조합 등에 따르면 서초구 방배동 삼호3차 아파트 14동은 단일동으로는 처음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 1977년 지어졌으나 워낙 튼튼하게 지은 탓인지 재건축이 불가능해 안전진단 B급 판정을 받은 이후 리모델링으로 급선회했다.
이 아파트는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 14동 53평형을 헐고 60평형대 고급 아파트를 지을 계획으로 주민 동의까지 마친 상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발코니 앞쪽 벽체를 없애는 방식을 채택해 이 같은 평형 늘리기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반포동 미도 1,2차 아파트도 리모델링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이 단지는 그동안 입지프리미엄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고속터미널 뒤편에 위치한 '교통 사각지대'라는 점과 34평형 단일 평형 1,260가구라는 이유로 가격이 저평가된 아파트다. 하지만 9호선 노선 공사로 교통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인데다 리모델링 추진이란 호재가 더해지면서 가파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도 1차 아파트 주민들은 리모델링을 통해 7∼8평을 넓히는데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34평형을 42평형으로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로 일부 단지의 건축연도가 20년을 넘어서고 있는 목동 신시가지도 재건축 불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추진 바람이 불고 있다. 이 일대에서 가장 먼저 리모델링 추진이 거론되고 있는 곳은 목동 11단지. 용적률 124%에 대지지분이 많고 복도식이란 점 때문에 리모델링 추진의 최적 아파트로 손꼽히고 있다. 현재 이 아파트 매매가는 리모델링 추진 소문으로 가격 상승세를 보여 27평형의 경우 최근 3,000만원이 올라 3억1,000만∼3억4,000만원선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부담금 등을 감안할 때 리모델링에 따른 수익성은 아직 속단할 수 없다는 게 현지 반응이다.
71년 10월 입주한 용산구 이촌1동 로열맨션 아파트도 리모델링 추진 목소리가 높다. 이 아파트는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2년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해 7월 대림산업을 시공사로 선정한 바 있다. 대림측은 로열맨션 맞은편 상가건물 지하 수영장을 매입해 지하주차장을 만들고 발코니를 확장할 예정이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부근에 위치한 삼부아파트도 리모델링 추진 대열에 합류한 상태. 27∼40평형으로 이뤄진 1∼7동 복도식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리모델링을 할 경우 대략 5∼8평 정도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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