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가 태풍 매미로 고통을 겪고 있는 어민들을 돕기 위해 평생에 한번뿐인 달콤한 신혼여행을 포기했다.태국 파타야로 신혼여행을 가기로 했던 이병석(29·회사원·경기 성남시 수정구) 정승희(26)씨 부부는 9월 27일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리자 마자 승용차로 대전―통영고속도로를 달려 경남 통영의 허름한 여관에 여장을 풀었다.
이들은 다음날부터 통영시 산양읍 연명어촌계의 태풍 피해 복구 현장을 찾아 청바지에 작업복 차림으로 어민들과 함께 해변에 방치된 그물과 쓰레기, 파도를 타고 밀려온 폐기물을 치우며 값진 땀방울을 쏟고 있다.
이들 부부는 그것만으로 모자랐던지 신혼여행 경비 일체도 수재민 돕기 성금으로 내 놓았다.
그러면서도 부부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수재민들에게 오히려 누가 되지는 않을지 염려스럽다"며 쑥스러워 했다.
정씨는 "모든 국민이 태풍 피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를 모른 체 하고 외국으로 여행을 떠날 수는 없었다"며 "어느 신혼여행보다 값지고 보람있는 추억으로 남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이들은 1일 오후까지 이 곳에서 복구작업을 도운 뒤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다.
/통영=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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