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말 중의 하나가 '카리스마'가 아닌가 싶다. 이 시대의 키워드라도 된 듯하다. 특히 연예인의 외모나 성격을 표현할 때는 빠지지 않는다. 이 말이 전하는 의미를 대충 정리해보면, 일단 외모적으로 거친 듯하면서 강한 이미지를 풍기고, 상대방을 압도하는 독특한 매력포인트를 갖고 있거나, 성격적으로도 개성이 강하거나 리더십이나 지배력, 추진력 등을 갖추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는 강력한 인상과 호소력, 흡인력 등으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 믿고 따르게 하는 능력이나 자질을 나타내는 의미일 것이다.■ 카리스마(charisma)란 원래 그리스어로 '은혜' '무상의 선물'이라는 뜻의 그리스도 용어였다고 한다. 다시 거둬들이지 않는 하느님의 선물, 또는 예수가 인간에게 베푸는 은총을 의미했다. 이 단어가 특정한 의미를 지니고 사용된 것은 온갖 종류의 '무상의 선물'을 베풀면서 활동하는 성령의 현존을 설명하는데 쓰이면서부터라고 한다. 성령을 특별한 은혜, 즉 은총으로 보았으며 모든 신자들은 각자 나름의 성령인 카리스마를 받아 하느님 은총의 관리자로서 생활하게 된다는 것이다.
■ 카리스마가 오늘날의 개념으로 사용된 것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에 의해서 였다. 그는 원 뜻을 확대하여 사회과학의 개념으로 사용, 보통의 인간과는 다른 초자연적 초인간적 재능이나 힘을 지칭했다. 그리고 이런 재능이나 힘을 지닌 대상에 대한 절대적인 신앙을 근거로 맺어지는 지배와 복종의 관계를 카리스마적 지배로 불렀고 이를 법률에 따른 합리적 지배나 관습에 따른 전통적 지배와 함께 지배의 한 유형으로 파악했다.
■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두어 명을 제외하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카리스마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나폴레옹, 히틀러, 처칠, 케네디, 마오쩌둥 등을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로 꼽을 만하다. 그럼 노무현 대통령은? 막힘 없는 언변이나 뛰어난 순발력, 쉽게 굽히지 않는 고집 등은 카리스마의 필요조건이기는 하나 사람들이 믿음을 갖고 저절로 따르고 싶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경제5단체장들이 박정희시대를 그리워하며 노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를 거론했다가 안 좋은 소리를 들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언어에는 그 사회가 투영된다. 카리스마라는 말이 이토록 자주 쓰이는 것은 그만큼 카리스마에 대한 갈증과 그리움이 깊기 때문일 것이다. 깊은 믿음으로 기꺼이 따르게 하는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이 그립다.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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