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로브를 사수하라.' '이번 기회에 부시의 특급 참모를 쓰러뜨려라.'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구입설과 관련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에 대한 신분 누설자로 칼 로브 백악관 수석 정치 고문이 거론되면서(본보 30일자 A15면) 민주당과 백악관 사이에 창과 방패의 싸움이 불 붙고 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29일 "로브가 그 누설과 어떤 관계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확신한다"며 강한 톤으로 로브 고문 관련설을 부인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특히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그가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고 덧붙여 로브 고문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변함없는 신뢰를 상기했다.
로브 고문은 2000년 대선 때 부시 후보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부시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백악관 실세 중 실세. 선거의 귀재로 통하는 그는 2004년 재선을 노리는 부시 대통령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앞서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을 비판한 조지프 윌슨 전 가봉 주재 대사에게 보복하기 위해 CIA 요원인 그의 부인을 보수 우익 칼럼니스트에게 누설한 백악관 고위 관리 2명 중 1명이 로브 고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백악관은 도덕적 치명상과 함께 부시 대통령 재선 운동을 총괄할 핵심 참모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백악관의 해명은 정보 누설의 윤리적 논쟁이 그에게로 비화하지 않도록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사건에 대한 독립적인 특별검사의 수사를 요구함으로써 백악관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여기에는 로브 고문이 누설자든 아니든지 간에 이 사건을 물고 늘어지는 것만으로도 그와 백악관에 정치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한편 미 법무부는 30일 이 사건에 백악관이 연루됐는지 여부에 대한 공식 조사를 시작했다. 백악관측은 이에 대해 "법무부의 조사에 협조는 하겠지만, 백악관 자체 조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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