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56·사진)두산감독이 내년시즌부터 지도자로 나설 '애제자' 선동열(40)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진 사퇴키로 해 야구계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선동열 위원의 두산감독 내정소식을 전해들은 김감독은 30일 경창호 두산사장과 만나 재계약을 포기하고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올해로 계약기간이 끝나는 김감독이 확실하게 자신의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사퇴 의사를 밝힌 이유는 후임감독으로 떠오른 선동열위원 때문.
해태시절 수석코치와 선수사이로 끈끈한 사제의 정을 맺은 김감독과 선위원은 야구계에서도 각별한 관계로 소문나 있다. 선동열위원은 올시즌 중반부터 두산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도 선뜻 수락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도 김인식감독과의 의리때문이었다. 선위원은 두산감독설이 흘러나올때마다 공공연히 "내가 어떻게 (김인식) 감독님을 밀어내고 감독 데뷔를 할 수 있느냐"며 난색을 표명하곤 했다.
이같은 전후 상황을 잘알고 있는 김감독은 앞길이 유망한 제자의 선택에 부담을 주기 싫어 자신이 먼저 훌훌 털고 나서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구단 사무실을 찾은 김감독은 "9년동안이나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팬과 선수, 구단의 전폭적인 지지 때문에 가능했다"고 담담하게 심정을 토로했다. 김감독은 "사령탑은 끝난 시즌의 성적표를 놓고 변명해선 안된다"며 "주어진 환경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자신을 낮추며 '아름답게 퇴장' 할 뜻을 밝혔다.
1995년 윤동균 감독의 후임으로 두산의 6대 사령탑에 취임한 김감독은 95년과 2001년 2차례나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고 한차례 준우승(2000시즌)을 차지하며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장중 한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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