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의원 질의자료에 따르면 A카드사는 1916년생인 장기연체자 김모씨에게 1,037만원, 1920년생인 곽모씨에게 360만원의 카드론(카드사가 취급하는 장기일반대출)을 제공하는 등 사실상 경제력이 없는 다수의 80대 이상 고령자들에게 대환대출을 집행했다. 또 B카드사의 경우 1개 채권 추심팀에서만 지난해 12월부터 올 6월 사이에 2,400여명의 신용불량자와 연체자에게 70억원 이상의 편법적인 대환대출을 했다. 이 중에는 현실적으로 채무를 이행하기 힘든 행방불명자나 구속수감자, 심지어 사망자까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회수 불능의 부실여신을 정상채권으로 둔갑시키는 엉터리 대환대출이 카드업계에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환 능력이 전혀 없는 신용불량자나 고령의 노인, 심지어 사망자에까지 버젓이 대환대출이 집행되는 등 부실 감추기의 편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감독 강화는커녕 대환대출 활성화 방안을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카드사는 지난해 10월 장기연체자인 김모(부산 남구)씨의 사망사실을 확인하고도 12월 말 김씨의 연체금 300만원을 정상적인 현금서비스로 대환처리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실형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돼 있던 김모(38·부산 북구)씨의 연체금 540만원을 본인의 동의조차 없이 정상여신으로 대환처리했다. B카드사의 자료를 입수한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임의로 택한 1개팀에서 확인된 것이 이 정도면 이 회사 전체의 불법 대환대출액은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기준 미달의 엉터리 대환대출이 성행하는 것은 대환대출이 이뤄지면 장기연체 상태인 현금서비스 등이 장부상 정상여신으로 바뀌게 돼 연체율을 낮추는 효과가 크기 때문.
이 같은 인위적인 부실감축 때문에 3월말 10조원 대 였던 전업카드사의 대환대출 잔액은 5월말 12조2,484억원, 7월말 14조6,914억원, 8월말 15조6,526억원으로 갈수록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20%에 육박하는 대환대출 재부실률(연체율)이 말해주듯, 현재의 눈가림식 대환대출은 결국 카드사의 경영부실만 키우는 부작용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무보증 대환대출'을 적극 독려해온 정부는 9·27 카드규제완화대책의 일환으로 대환대출을 아예 현금대출 비율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 추진중이다. 이 경우 카드사들은 8월말 현재 15조원이 넘는 대환대출 금액을 전액 현금대출 부문에서 제외, 대출업무비율 규제(50대50)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된다. 금융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편법 대환대출이 판을 치는 마당에 기준을 계속 완화하면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지금은 부실확산을 막기 위해 대환대출의 운용실태와 연체관리 등에 대한 종합적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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