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잠자리채였다. 광주와 부산, 대구를 뜨겁게 달궜던 잠자리채 물결은 잠실벌까지 점령했다. 그러나 전국을 강타하는 홈런열기를 외면한 채 '국민타자' 이승엽(27·삼성)의 홈런포는 또 다시 3경기째 침묵을 지켰다. 29일 LG와의 잠실 원정경기에서 이승엽은 모두 6차례 타격기회를 잡았지만 3타수 무안타에 볼넷만 3개를 얻어내는 데 그쳤다. 이승엽은 1회초 스트레이트 볼넷에 이어 3회초 두번째 타석에서도 풀카운트 접전끝에 볼넷으로 1루로 진루했다. 5회초와 7회초에 각각 유격수 땅볼과 2루수 땅볼에 이어 9회에도 2루수 라인 드라이브로 물러난 이승엽은 10회초에 또 다시 볼넷으로 걸어나가야 했다.이승엽의 홈런무소식을 안타깝게 지켜본 사람은 끝까지 스탠드를 지켰던 아내 이송정씨 만이 아니었다. 이승엽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갈 때마다 아시아 홈런신기록을 염원하며 탄성과 환성을 터뜨렸던 2만7,000여 야구팬들도 아쉬움을 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러나 경기 2시30분전부터 잠자리를 든 채 외야석을 가득 메운 일부 관중들은 3회초 연속 볼넷에 이어 10회초 볼넷 때도 또 다시 쓰레기통과 각종 오물들을 집어 던져 경기를 중단시키는 추태를 보였다. 특히 이들은 10회초 삼성이 대거 4점을 뽑아내며 승세를 굳히자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없다고 판단해 쓰레기더미를 남겨놓은 채 일제히 썰물처럼 빠져나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삼성의 7―5 승리. 이승엽은 30일 잠실 LG전, 10월1일 광주 기아전, 2일 대구 롯데전 등 3경기만을 남겨놓았다.
한편 현대는 이날 광주 기아전에서 5―1 승리를 거두며 80승51패2무로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지으며 한국시리즈행 직행열차에 올라탔다.
현대의 정규시즌 1위는 1998년과 2000년에 이어 세번째. 후반기부터 줄곧 선두를 달려온 현대는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뒤 다음달 17일부터 열릴 예정인 한국시리즈에서 통산 세번째 우승의 꿈을 부풀릴 수 있게 됐다. 현대 심정수는 홈런을 추가하지 못한 채 53호로 시즌을 마감했다.
부산에서는 SK가 롯데를 5―2로 꺾고 이날 대전 두산전에서 3―5 덜미를 잡힌 한화에 한게임차 앞선 4위에 복귀, 포스트시즌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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