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신용판매와 현금대출(현금서비스) 비중을 50대 50으로 맞추는 시한을 2004년말에서 2007년말로 3년 더 연장하고, 채무재조정을 위한 대환대출은 현금대출비율 산정에서 제외키로 하는 등의 정부조치는 발등의 불을 끄려다 발등을 찍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정부는 이번 조치가 카드사들이 시한에 쫓겨 현금대출 비율을 줄일 경우 새로운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경영여건이 악화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경기진작을 노린 임기응변책임을 간파할 수 있다. "소비위축을 막기 위한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지, 경기진작을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것은 아니다"는 재정경제부 관계자의 궁색한 해명은 더 이상 경기의 불씨가 꺼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비명으로 들린다.
태풍 매미 피해, 실업사태, 환율 및 유가 불안, 산업공동화 현상 등 온갖 악재가 겹친 마당에 카드사들에게 현금대출 비율 준수를 강요할 경우 소비위축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게 정부가 염려하는 부분이다. 자칫 카드규제가 가물거리는 경기의 불씨마저 꺼뜨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카드규제 완화'라는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시들어가는 내수 경기를 카드사용 활성화를 통해서라도 살려보겠다는 정부의 급박함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관성 없는 카드정책이 초래한 경제·사회적 폐해를 뼈아프게 경험해놓고도 다시 전철을 밟겠다니 납득할 수 없다. 카드규제 완화라는 앰플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고 안이하다. 이번 조치로 나타날 부작용이 뻔하게 예상되는데도 경기에 매달리는 정부가 안타깝기만 하다.
더 이상 과거의 실책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위기일수록 멀리 보고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임시 땜질로 경기를 살리겠다면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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