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가 29일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야심만만한 카드 두 개를 내밀었다. 하나는 초미세 반도체 가공 기술인 나노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다각화다.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70 나노 4기가 데이터 저장형(NAND·낸드) 플래시 등 신기술 3개와 메모리 생산라인의 나노 공정 전환은 모두 이 같은 포석의 일환으로 풀이된다.나노 시대 주도권 확보
나노(10억분의 1m) 기술 개발은 회로 선의 폭을 얼마나 많이 집적화해 소형화하느냐가 생산성, 원가경쟁력 등과 직결되는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의 확보를 의미하기 때문에 최근 세계 반도체 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나노 기술 활용이 활발해지면 손톱만한 반도체에 미국 의회도서관 자료를 모두 담을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90 나노 2기가 낸드 플래시를 개발했던 삼성전자는 다시 70 나노 기술을 적용한 4기가 낸드 플래시 개발에 처음으로 성공, 경쟁사보다 1세대(9개월) 이상 앞서가게 됐다. 삼성전자는 또 이날 80 나노 공정의 512메가 DDR D램 양산 기술을 선보인 데 이어 플래시에서도 조만간 70 나노 기술보다 진보한 기술을 선보이겠다고 밝혀 나노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올해 안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의 70%를 나노 공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은 라인 자체를 나노 시대에 맞춰 재편하겠다는 의미로 향후 세계 반도체 업계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회로 선의 폭이 0.10미크론 이하인 나노 공정을 적용하면 0.13미크론 이하의 공정에 비해 반도체 생산량을 웨이퍼 당 30∼40% 정도 끌어올릴 수 있다. 현재 대부분 반도체 업체의 공정이 0.13 미크론 이하의 공정에 머물고 있다.
메모리 수익사업 다각화
삼성전자가 이날 선보인 90나노 2기가 낸드 플래시는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휴대폰 등 디지털기기에서 사용되는 저장매체. 올해 매출은 30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2007년에는 16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반도체 분야에서는 D램에 이어 제2의 캐시카우로 꼽힌다. 그 동안 D램에만 의존했던 삼성전자로서는 플래시 메모리 육성을 통해 반도체 분야에서 다양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수익구조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저장능력이 앞서는 낸드형과 처리속도 면에서 앞선 노아(NOR)형 플래시의 장점만을 융합한 퓨전 메모리 기술을 이날 선보인 것도 주력 품목을 다양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황창규 사장은 이날 "플래시 메모리는 현재 업계가 시장 수요의 40% 밖에 충족시키지 못할 정도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며 "플래시 부문 확대, D램 차별화 등으로 안정적 수익구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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