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만5,000원도 비싸다." "62만원은 간다."이 달 9일 사상최고가(46만2,000원)를 기록했던 삼성전자 주가가 '환율 쇼크' 등으로 38만원대까지 급락하면서 기업분석가(애널리스트)들의 주가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은 지난해 4월 삼성전자가 사상최고가를 기록할 당시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목표가를 부풀린 직후 주가가 급락했던 '악몽'을 떠올리며 1년 5개월만에 재연된 '고무줄식' 주가 논쟁 '속편'에 혼란스러워 하고있다.
목표가 차이 24만,5000원
삼성전자 주식의 절반이 넘는 57.38%를 외국인이 쥐고 있다 보니 올해 주가 논쟁은 외국계 증권사들 사이에서 더 뜨겁다. 메릴린치증권은 29일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이익 추정치를 10∼12% 상향조정하고 목표주가를 51만원에서 62만원으로 높였다.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분야 이익률 개선과 판매량 증가, 휴대폰 성장 등을 실적 상향 배경으로 꼽았다.
반면 드레스너 클라인워트(DKW)증권은 D램 가격 약세 가능성을 근거로 투자 의견을 '보유'로 내리고 목표가도 45만원에서 37만5,000원으로 대폭 낮췄다. 도이치증권도 원화강세 등을 근거로 목표가를 47만5,000원에서 38만원으로 깎았다. 한 쪽에선 앞으로 50%나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 반면 다른 한쪽에선 지금 가격이 꼭대기라고 얘기할 정도로 투자의견이 극과 극을 달리면서 최고-최저 목표가의 차이만 24만5,000원에 달한다.
고무줄 목표가 '속편'
지난해 4월 24일 종합주가지수가 900을 넘고 삼성전자가 사상최고가(43만2,000원)을 기록했을 때, JP모건은 같은 날 목표주가를 58만원에서 60만원으로 높였다.
삼성증권은 72만원까지 높여 잡았고 일부에서는 100만원까지 간다는 '백지수표식'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다음날부터 연일 미끄럼을 타기 시작해 11일 거래일정도가 지난 5월 10일 33만4,000원까지 떨어졌다.
1년 5개월이 지난 2003년 9월. 50만원을 넘길 듯 하던 주가는 어느새 38만원 언저리까지 내려 앉았지만 대부분 국내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50민∼60만원 선을 웃돌고 있다.
경기 민감, 관건은 IT경기·실적
이같은 혼란은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의 대표 주자이자 증시 '대장주'인데다 사업부문도 반도체 LCD 휴대폰 가전 등으로 다양해 '주가 방정식'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애널리스트 개인이 어느 부문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전망이 달라지게 된다. 삼성증권 임홍빈 반도체·정보기술(IT)부문 팀장은 "IT경기가 분기별로 실적 변동이 있는 데다 현재의 주가 조정에는 증시 자금 동향 등 기업 외적 문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업 펀더멘털 호조와 이익 개선 추세가 지속되는 만큼 4분기와 내년 상반기 수요회복 및 IT경기 전망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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