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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수첩 / 민간요법·건강식품 "찾는 이유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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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수첩 / 민간요법·건강식품 "찾는 이유가 있었네"

입력
2003.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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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초반 A씨에게 입이 틀어지고 왼쪽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는 안면마비 증세가 찾아왔다. 그는 "풍이 왔다"는 주변 말을 듣고 여기 저기 한의원을 전전하다가 종합병원을 찾아 물리치료를 받았다. 이어 동네의원에서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았고, 또 다른 의원에서 "혈액순환에 좋다"는 고가의 주사제도 맞았다. 어떤 치료에도 변화가 없자 A씨는 끝내 시골에서 부쳐온 할미꽃을 찧어 팔뚝에 붙였는데 그 결과 심한 화상을 입었다.건강정보가 홍수같이 쏟아지지만 "가장 좋은 치료법이 뭐냐"는 질문은 끊이지 않는다. 현대의학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어도 '사천만의 치료법'은 결국 민간요법이기 십상이다. 많은 의사들은 "도대체 왜 제대로 된 병원을 찾지 않느냐"며 '무지한 국민'을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단지 환자가 무지해서일까?

시일이 지나면 효과가 없는 스테로이드 처방은 다소 안일했다고 할 수 있다. 의학적 근거가 별로 없어보이는 혈액순환 주사를 놓은 의사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의료계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대목이다. 그러나 100% 도덕적이고 순수한 직업군이 어디 있으랴.

'제대로 된' 종합병원에서도 "안면마비에는 효과가 분명한 치료법이 없다"는 충분한 설명은 부족했다. 동네의원이 못 미더워 큰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콩 볶듯 진료를 받은 뒤 오히려 "의사들이 내 고통을 모른다"고 미심쩍어 하며 다른 곳을 두드린다.

외국계 제약사에 근무하는 한 약사는 "사람들이 고가의 건강식품을 사는 이유를 이해할만하다"고 말한다. 큰 병원에선 '이 약 드시고 며칠 후에 오세요'하고 끝나지만 건강식품 판매업자들은 1, 2시간씩 시간을 들여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설득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건강정보가 넘쳐날수록 정보의 옥석을 가리기는 더욱 어렵다. 정확한 검사와 진료 만큼 환자에게 질병과 치료를 이해시키는 상담이 그래서 중요하다. 여기엔 비용이 들지만 사회적으론 낭비되는 헛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환자가 아닌 질병만 보는 우리 의료제도를 개선할 혜안이 필요한 때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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