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없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더 큰 사랑으로 피어나거라."해일을 동반한 태풍 매미가 경남 마산시 해운동의 한 상가 건물 지하를 덮쳤던 지난 12일. 그 차가운 어둠속에 사랑하던 딸 서영은(23)씨와 예비 사위 정시현(28)씨를 잃어버린 서의호(51·포항공대 산업공학과 교수)씨가 최근 딸 부부를 그리며 추모 카페사이트(cafe.daum.net/sihyunyoungeun)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를 펼치면 지난달 이들이 일본 여행 때 대나무공원에서 다정하게 찍었던 사진과 생전 모습, 편지, 부모형제와 친구의 추모사, 시 등 애절한 사연들이 나타난다.
서씨는 "23년을 아빠와 함께 한 세월, 하루도 널 잊은 적 없고 널 사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지금도 전화를 걸면 '아빠'라고 받을 것 같고 너의 이메일도 도착해 있을 것 같은데… 하늘나라로 가 그때 우리 다시 만나자"란 글을 올렸다. 또 '사위 시현에게'란 추모글에서 "시현이가 우리 영은이를 구해 함께 물에서 나오려고 애쓰던 그 모습을 보았네. 두 사람은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그토록 걱정하고 아꼈으니 진정 행복한 사람들이야"라며 이승에서 못 이룬 이들의 사랑을 아쉬워했다. 서씨는 이 사이트의 사진과 글을 모아 책으로 엮고 여기서 나온 출판 수익금은 딸과 사위가 다녔던 연세대와 경남대에 장학금으로 낼 예정이다.
이들을 포함해 같은 상가 건물 지하에 수몰됐던 8명의 희생자 유족도 최근 '여덟 천사들'(cafe.daum.net/EightAngels) 이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상가 지하 2층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막내 여동생 김혜란(25)씨를 잃은 유가족협의회 대표 김현(31)씨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널리 알려 사고 재발을 막자는 취지에서 추모 홈페이지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마산=이동렬기자 d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