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후 감사원 일각에서는 오히려 한시름 놓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만 50세인 윤 원장이 취임했을 경우 예고됐던 물갈이 우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급격한 구조조정에 대한 걱정은 없어진 셈"이라는 한 과장급 간부의 말은 이 같은 기류를 단적으로 보여줬다.감사원은 과장 이상 간부직원 109명 가운데 50대 이상이 73명에 이른다. 특히 중간간부인 과장급에서도 전체 74명 가운데 58%인 43명이 50대 이상이다. 따라서 일반 부처의 경우 서기관 승진 후 과장 보임 까지 3∼4년이 걸리는 것에 비해 감사원은 빨라야 8∼9년일 정도로 인사적체가 심각하다. 이 때문에 올 초부터 감사원 개혁방안이 논의될 때마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공직사회 개혁의 첫걸음이 감사원의 인사 적체 해소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감사원 내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원장 후보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체로 간부직원들은 윤 후보자와 함께 최종 후보군에 올랐던 조준희, 홍성우, 이용훈 변호사 등 60대를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감사원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허탈함으로 집약될 수 있다. 1963년 개원 이래 임명동의안이 처음 부결된데다, 정치권의 현재 구도상 새 원장 취임이 연내에 마무리되지 못한 채 임기가 각각 내달 24일과 12월 15일인 윤은중, 박승일 감사위원이 연이어 원장 직무대행을 맡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하반기 내내 감사 업무가 표류하는 것은 물론 국회와 부패방지위원회의 회계검사권 및 직무감찰권 이양 요구를 막아줄 방패막이도 없다는 점에서 감사원의 위상 추락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구조조정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한 고위간부는 "공직사회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원장이 취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간부들 사이에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자칫 직원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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