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출범 후 처음이자 16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는 "굵직한 이슈가 없는 가운데 한나라당의 독무대로 흐르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새로 조성된 4당 체제에서 여야의 팽팽한 공방은 간데 없고 한나라당의 파상공세와 민주당의 관망, 통합신당이 힘겨운 방어가 이어지고 있다.국감 성과 역시 한나라당이 독차지했다는 평이다. '휴대전화 도청가능'(권영세 의원) '판교신도시 학원단지 조성계획 재검토'(윤경식 의원) '안풍 사건 재판 절차 잘못'(홍준표 의원) 등 여론의 관심을 끈 내용은 거의 한나라당쪽 작품이다.
국감 현장에서 이런 양태는 더욱 분명했다. 22일 문화관광위의 문화관광부 국감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부의 언론 정책을 앞 다투어 맹공한 반면 통합신당은 신기남 의원이 고군분투한 게 단적인 예다. 이런 풍경은 법사위, 국방위 등 주요 상임위의 국감에서 되풀이 됐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국감 지휘도 눈에 띈다. 홍사덕 총무가 매일 오전 "오늘은 00상임위 00의원을 주목해달라"고 브리핑을 하면 그날 '국감 스타'는 00의원이었다.
민주당과 통합신당은 각각 "정책 국감을 했다", "여당의 새로운 국감 전형을 창출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당내에서조차 "아무리 국감이 야당의 잔치라고 해도 여당이 이렇게 무기력했던 적은 없었다"는 말이 나온다.
한나라당의 일방통행에 따른 부작용도 뒤따랐다. 23일 행자위의 경찰청 감사에서는 한나라당의 증인 신청으로 출석한 서정갑 예비역대령연합회 회장 등은 민주당, 통합신당 의원들을 향해 고성과 삿대질을 서슴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막강한 힘을 믿은 것이다.
'밥그릇 챙기기' 등 구태도 되풀이 됐다. 26일 법사위의 헌법재판소 국감에선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직사퇴 시한을 선거일 180일전으로 규정한 선거법은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에 대해 여야가 한목소리로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단체장의 출마를 견제하는 의원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국정현안과는 거리가 먼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 챙기기가 사라지지 않은 것은 불문가지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