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TV를 통해 한나라당 강삼재 의원의 정계은퇴 회견을 지켜본 기자는 눈에 띄게 야윈 그의 모습에 마음이 착잡했다. 안풍 재판 1심 선고를 기다리면서 겪은 그의 마음 고생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강 의원은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 사무총장으로서 1,000억원대의 안기부 예산을 선거자금으로 전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형사피고인이다. 그러나 당시 그가 아무리 실세였다 한들 막대한 안기부 예산을 마음대로 썼으리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최고권력자의 개입과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사정을 묻어둔 채 모든 법적, 정치적 책임을 혼자 짊어지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지난주 말 이 사건에 대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한 것은 당연하다. 남경필 의원은 "YS가 개입했다는 것은 '확인만 안된 팩트'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최병렬 대표는 "당밖의 5∼6명이 진실을 알고 있다"고 했고, 홍준표 의원은 "문제의 돈은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 YS가 14대 대선에서 쓰고 남은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상황이 이쯤 되면 YS는 강 의원과의 인간적 정리나 여론을 감안해 입장을 밝힐 만도 한데 상도동 분위기는 영 그게 아니다. YS는 "안풍은 정치적 사건이므로 정치적으로 투쟁해야 한다"며 딴전을 피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1,000억원은 안기부 예산이든, 대선 잔금이든 불법 자금이 틀림없다는 점에서 정치투쟁 운운은 설득력이 없다. 대북송금 의혹 사건이 터졌을 때 "DJ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던 YS다. 이젠 본인이 입을 열 때다.
유성식 정치부 차장대우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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