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 지음 민음사 발행·1만3,000원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했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귀족들의 서가에 꽂혀 있는 책과 예술품을 로마로 나른 것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대 그리스 문화의 중요한 개념으로 '자유에 대한 갈먕'을 꼽고 인물과 신화를 중심으로 흥미롭게 엮어내고 있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진실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앞세운 오이디푸스, 신성한 광기를 통해 현실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를 부르짖은 디오니소스, 교육을 통해 진리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 진보 사상가 소피스트, 또 고통과 불안으로부터 자유를 선언한 에피쿠로스. 그리고 무의식에 갇힌 인간 본성의 해방을 추구한 그리스 신화와 인간의 불행과 나약함을 심오한 예술로 승화한 그리스 비극의 면면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비록 책으로 묶인 내용이 단편적인 것들이지만 그리스인들은 사랑의 영역에서도 특유의 자유로운 양성애를 구가했다고 설명하는 저자는 "그리스 문화 속에 내재한 자유에 대한 갈망이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도 충분히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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