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울산에 고속철도 역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힌 뒤 역을 추가 설치해달라는 목소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수용할 경우 고속철도가 저속철도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건교부가 1990년 6월 확정한 경부고속철도 역은 서울, 천안·아산, 대전, 대구, 경주, 부산 등 6곳. 하지만 경기 고양 평택, 충북 청원, 경북 김천, 울산, 부산 부전 등 6곳에서 현재 추가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울산은 역 신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시 관계자는 "인구 110만 명의 공업도시로 서울 승객이 많은데도 새마을호가 하루 4편밖에 서지 않는 등 교통이 불편하다"며 "대통령의 발언은 이를 직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29.6㎞ 떨어진 경주는 "울산역이 들어서면 경주시의 신도시 개발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울산 이외 지역은 움직임이 긴박해졌다. 김천시 범시민추진위원회는 청와대, 국회 등에 건의서를 전달한데 이어 조만간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김욱수(44) 사무국장은 "대구―경주가 48.6㎞인데 반해 김천은 대전과 64.3㎞, 대구와 58.1㎞ 떨어져 있어 역이 꼭 건설돼야 한다"며 "고속철도 공사로 도시가 양분되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행정수도 후보지 가운데 하나인 청원군 오송 주민들은 "유동인구 수요 충족을 위해 역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며 평택 주민들은 "국제평화도시 개발 계획이 추진 중이어서 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양 주민들은 "고속철도 차량기지인 고양에 역을 건설, 시발역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부전지역 주민들은 "동해남부선 등 5개 철도가 모이고 번화가인 서면과 가까워 역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연말 고속철도 계획 변경 마무리를 앞두고 현재 정치적 조율만 남은 것으로 보고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유치전을 펴기로 했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26일 "충북 오송, 경북 김천, 울산 3곳에 중간역을, 미군기지 이전에 따라 평화신도시가 건설되는 경기 평택에 역을 신설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다음달 초 기본계획 변경안을 마련, 관계기관 협의를 거친 뒤 12월 말께 추가 신설역을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중간역이 추가로 건설될 경우 운행시간이 길어져 고속철도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서울―부산(412㎞) 운행에 1시간56분이 걸리지만 역을 3개만 추가해도 2시간14분으로 늘어난다. 총선 등을 앞두고 정치적 논리가 개입할 가능성도 높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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