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관점서 본 조선·명·청史조선과 중국 근세 오백년을 가다
/기시모토 미오·미야지마 히로시 지음
'국사'의 틀에 갇힌 한국사를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다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가 학계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500년에 걸친 조선사와 명(明)·청(淸)사를 동아시아사의 관점에서 한데 묶어내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명·청사를 전공한 기시모토 미오 도쿄대 교수와 '양반―조선사회의 특권층'이란 책으로 눈길을 끈 미야지마 히로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는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있어서 '전통 형성의 시대'였던 이 시기를 동아시아의 근세로 읽고 있다. '탈아입구(脫亞入歐)'의 미몽에서 서서히 깨어나 동아시아의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일본의 방향 전환을 살펴 볼 수 있다. 단 조선과 명·청의 역사를 일본인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은 한계다. 김현영·문순실 옮김. 역사비평사 1만8,000원.
클라시커50―승리와 패배
/볼프강 헤볼트 지음
트로이 전쟁부터 베트남 전쟁의 구정 공세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유명한 50개 전쟁과 전투를 군사적 요소 뿐만 아니라 문화, 정치적 맥락에서 종합적으로 기술했다. 군대, 지휘관, 전투의 진행 과정 등에 대해 승자와 패자 어느 한쪽의 주장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여러 가능성을 언급했다. BC 512년 아테네와 페르시아가 처음으로 맞붙은 마라톤 전쟁에서 한 병사가 아테네까지 달려가 "우리가 이겼다"는 승전보를 전하고 탈진해 죽었다. 마라톤 경기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다. 아테네가 승리한 것은 분명하다. 유럽의 역사서들은 아테네가 수적으로 우세한 페르시아군에 승리했다고 기술하고 있지만, 구체적 전투 상황으로 보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역사'를 쓴 헤로도투스가 일방적으로 그리스 편을 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안성찬 옮김. 해냄 1만5,000원.
연인아 연인아
/다이허우잉 등 지음
중국 현대사의 격변기를 관통한 남녀의 슬픈 사랑을 그린 다이허우잉의 소설 '사람아 아, 사람아!'는 중국 지식인의 운명을 뛰어나게 형상화한 작가의 대표작이 됐다. '연인아 연인아'는 다이허우잉이 죽은 연인 원제를 생각하면서 쓴 편지다. 장문의 기록에 친구 가오윈과 우중제의 글이 덧붙여졌다. 가혹한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가오윈과 우중제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던 시인 원제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위해 다이허우잉에게 자료를 청했다. 친구들의 부탁을 받은 그는 네 권의 연습장에 빼곡한 기록을 채웠다. 당의 지시를 목숨처럼 여기는 철저한 공산주의자였던 다이허우잉은 당의 반대를 불사하고 원제와의 사랑을 택했지만, 연인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맞았다. 작가는 이 슬픈 기억의 이야기를 "마음 속 깊이 숨겨둔 사랑과 그리움으로 만든 색깔도 냄새도 없는 죽은 꽃"이라고 부른다. 휴머니스트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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