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또다시 거액의 현금수송차량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26일 오전 도심 아파트단지 안에서 7억500만원이 실린 현금수송차량이 사라진 이번 사건 역시 현금수송 관리상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 1월 대전 은행동 거액 현금수송차 도난사건 이후 여전한 현금수송업체의 안일함과 경찰의 취약한 수사력이 빚은 합작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사건 발생 이날 오전 8시22분께 대전 중구 태평동 버드내아파트 116동 앞에 설치된 H은행 현금자동지급기 부스 길 건너편에 세워져 있던 한국금융안전(KFS) 소속 현금 수송차량인 감청색 그레이스 승합차가 도난 당했다. 현금수송요원 김모(26)씨는 "차를 세워 놓고 문을 잠근 뒤 동료 2명과 함께 내려 현금인출기 2대에 현금 2,000만원씩을 채워넣던 중 뒤를 돌아다보니 차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1명은 차량에 남아 현금을 지켜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3명이 모두 현금자동지급기에 돈을 넣는 작업을 하는 등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차량내 도난방지용 경보기를 작동시키는 리모컨 키가 고장 나 일반 열쇠를 사용하는 바람에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현금수송차량은 사건 발생 1시간 여 만인 오전 9시26분께 도난 장소에서부터 불과 800여m 떨어진 중구 유천동 대웅파크 주차장에서 발견됐으나 현금은 모두 사라진 뒤였다. 현금은 가방 7개에 각각 1억여원씩 나눠져 차량 내 금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범인들은 금고의 자물통은 건드리지 않고 헐렁하게 방치된 문고리를 풀어 금고를 손쉽게 연 것으로 경찰 감식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범인들이 현금수송차량의 운행시각 및 코스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차량 열쇠까지 미리 복제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고 내부자 공모 여부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지난 1월 대전 중구 은행동 밀라노21 앞에서 현금 4억7,000만원이 실린 현금수송차량 도난 사건과 동일범 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병행 수사를 펴고 있다. 당시에도 똑 같은 회사의 현금수송차량이 비슷한 시각에 동일 수법으로 도난 당했고, 차량은 인근의 여관 주차장에서 발견됐었다.
안전불감증과 취약한 수사력 한국안전금융은 1월 도난 사건 직후 2인1조로 운영하던 수송업무를 3인1조로 바꿨지만 고장 난 경보기 등 안전불감증은 여전했다. 이날 직원들도 "신입직원을 교육시킨다"며 전원이 차량을 떠나 현금지급기로 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수사력도 도마에 올랐다. 국민은행 권총강도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범인을 잡지 못하니 범행이 재발된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로 최근 2년 여 동안 대전·충남에서만 모두 11차례의 금융기관 강도 및 현금수송차량 탈취사건이 발생, 총 25억여원이 털린 것으로 집계돼 이 지역이 마치 범인들의 표적이 된 듯한 양상이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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