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세계 지성계를 대표하는 문화비평가인 에드워드 사이드 미 컬럼비아대학 교수가 24일 밤 뉴욕의 한 병원에서 지병인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향년 67세.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이었던 사이드 교수는 뛰어난 비교문학 이론가이자 서방 세계를 상대로 팔레스타인을 대변하는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서구사회에서 바라보는 동양의 이미지가 제국주의와 인종주의에서 비롯된 편견과 왜곡의 산물이라는 점을 체계적으로 비판한 저서 '오리엔탈리즘'(1978)으로 널리 알려졌다.
1935년 영국 통치 하의 팔레스타인 영토였던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사이드 교수는 카이로에서 소년시절을 보낸 뒤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에서 각각 석사,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 존스 홉킨스, 예일 대 등에서 강의했다.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이 통합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함께 살기를 원했던 사이드 교수는 이스라엘의 강경한 대 팔레스타인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그는 아라파트가 이끄는 전통적 민족주의나 하마스 등 과격 무장단체로는 팔레스타인의 진정한 정치적 독립을 이루어낼 수 없다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국민정치이니셔티브'(NPI)를 결성했다. 10년 동안 백혈병을 앓아온 사이드 교수는 병마와 싸우는 중에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군사적 팽창을 비판하고 미국 주도의 단계적 중동평화안(로드맵)의 한계를 지적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해 왔다.
뛰어난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그는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과 오랜 동안 교분을 나누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 연주회를 갖는 등 두 조국의 화해와 공존을 위해 노력했다. 최근 두 사람의 대담록인 '평행과 역설'이 국내에 번역, 출간된 바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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