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감사원장 임명 동의안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는 깊은 충격에 빠졌다. 문희상 비서실장은 긴급히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뒤 오후 2시께 기사실로 내려와 "국정 발목잡기"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부결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특히 민주당에 대해선 "지난 정부 때 총리 임명동의안 부결에 대해 구태의 전형이라고 한나라당을 비난하더니 민주당이 똑같은 행태를 되풀이했다"며 격앙된 목소리도 나왔다.그러나 문 실장도 "꿈에도 부결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듯 청와대의 설득작업이 안이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국정현안 브리핑'형식을 통해 직접 국회에 협조를 요청한 마당에 비서실장 정무수석 등은 각당 지도부에 전화를 건 것이 고작이고 발로 뛴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 자신도 1여3야의 신4당체제 아래 국회와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모색하기 위해선 사전에 한층 더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부결 사태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앞으로 국회 관계에서 정책협력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지금까지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신4당체제에서 뾰족한 대안이 없는데다 산적한 개혁과제를 감안할 때 국회와의 갈등 증폭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정찬용 인사보좌관도 "표결 결과를 납득할 수는 없으나 우리로서는 새로운 적임자를 찾아 임명동의 절차를 다시 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신4당체제 하에서 청와대와 국회의 관계가 난조 조짐을 보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 시기에 한층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일단 "이번 일과 탈당은 별개의 사안"이라면서도 "탈당도 국정수행의 중요 변수인 만큼 곧 종합적인 검토가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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