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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머나먼 대의, 가까운 불우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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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머나먼 대의, 가까운 불우이웃

입력
200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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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 간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참 많은 일을 해냈다. 올바른 민주주의의 확립을 위해 목숨 걸고 싸웠고, 사회의 부정부패 타파에 앞장섰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이런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수 만 명이 모여 촛불을 들고 두 소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모습. 어느 나라의 대학생들이 이런 모습을 연출해 낼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그 모습에서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낀다.얼마 전 서울의 어느 동사무소를 찾았다. 2개월에 한 번 꼴로 열리는 공개방송 행사를 통해 도울 수 있는 불우이웃을 찾기 위해서 였다. 여기서 찾지 못하면 구청으로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동사무소 직원의 말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럼 저희가 행당동 내에 결식 아동들 중에 가장 급박한 학생 몇 명을 정리해서 보내 드릴게요."

다음 날 이메일을 받았다. 그 직원이 추려낸 사람의 수가 다섯 명. 모두 한시가 급할 정도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었다. 두 번의 모금행사를 통해 그 중 한 명을 도왔다. 하지만 아직도 이 지역에만 도움을 기다리는 수십 명의 결식아동과 독거 노인이 남아있다.

지난해에 대학방송 생활을 하다 한 명의 고3 학생을 알게 되었다. 집안형편 때문에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었던 이 학생이 필요로 하는 건 일주일에 두 시간이었다. 누군가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잡아주는 단 두 시간이었던 것이다. 이 학생은 지금은 번듯한 대학에 입학했고, 연기자의 꿈을 이루어가고 있다.

부정부패를 타파하고 올바른 민주주의를 확립 시키는 것도 뜻 깊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와 가까이 있는 곳엔 관심을 두지 못하는 것 같다. 미군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미순이와 효선이. 그들의 죽음도 안타깝지만 말 한 번 나눌 벗 없이 홀로 지내다 임종을 맞이하는 학교 인근 독거 노인들 또한 그렇지 않을까?

우리들 주위엔 정말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 돈 버느라 학교도 못 나가는 결식아동은 물론이고, 병원비가 모자라 고칠 수 있는 병을 고치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머리 끈을 매고 시위현장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알듯이, 컵라면을 사들고 서울역으로 가야 하는 이유도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독거 노인에게 말동무가 되어주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잠시 짬을 내주는 것. 우리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들에겐 너무나 절실한 일이다.

주 대 우 한양대 방송국 PD 신문방송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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