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 신화는 많은 예술작품의 모티프가 되어 왔다. 아내 에우리디케가 뱀에 물려 세상을 떠난 후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찾으러 지하세계로 내려간다. 아름다운 리라 연주로 신들의 마음을 움직여 아내를 데리고 세상으로 올라오지만 오르페우스가 '결코 돌아보지 말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뒤를 돌아본 순간 아내는 다시 지하세계로 떨어지고 만다.벨기에의 안무가 빔 반데키부스와 그의 무용단 '울티마 베즈'가 26∼28일 갖는 첫 내한 공연작인 '블러쉬'는 오르페우스 신화를 바탕으로 사랑에 대한 감정을 해부한다. "우리 안에는 선과 악, 본능과 지성, 의식과 무의식이 싸우고 있다. 나는 아름다운 것과 추악한 것을 모두 보여주고 싶다"는 반데키부스의 말처럼 '블러쉬'는 동물의 세계와 인간 세계를 교차해 보여줌으로써 아름다운 사랑과 함께 공존하는 추악한 사랑의 모습을 그려낸다.
반데키부스는 벨기에를 세계 현대무용의 거점으로 만든 주인공이라 불릴 정도로 최신 경향을 이끄는 젊은 안무가다. 무용을 시작하기 전 영상 제작자로 일했던 그는 영상 이미지를 무대에 적극 활용하면서, 육체의 에너지가 물씬 느껴지는 속도감 있는 안무를 펼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무대 위의 투쟁'이라고까지 비유된다.
'블러쉬'도 강렬한 움직임과 충격적인 영상, 타악기를 주로 사용하는 데이빗 에드워즈의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이다. 그 에너지가 작품 제목처럼 관객들의 얼굴을 '붉히게(blush)' 만든다. 26일(오후 8시) 27, 28일(오후 4시). LG아트센터. 2005―0114.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