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겨울 삿포로의 우동집. 마지막 손님으로 들어온 어머니와 두 아들이 우동 한 그릇만을 시킨다. 그러자 주인은 마음 좋게도 가난한 그 집 식구들을 위해 1개 반을 1인분으로 내놓는다. 그리고 그 다음해도….10년 후 마침내 다 큰 아들 둘을 데리고 나타난 어머니는 우동 3인분을 시켜 먹는다. 그리고 자신들이 큰 고생을 딛고 일어나 이제는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를 지켜본 가게 안의 손님들이 보내는 환호와 박수….'
일본 작가 구리 료헤이의 베스트셀러 소설 '우동한그릇'은 읽을 때마다, 혹은 들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자아낸다. 문득 이 계절에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운영하는 우동집에 들러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우동 한 그릇을 먹어 보고 싶어진다. 따뜻한 국물만 아니라 따스한 마음까지…. 지금 이 순간 힘겨운 시절을 보내는 사람들에게도 "소설 속에서처럼 사람의 따뜻한 정이 가난을 극복하고 세상에 행복을 불러온다"는 얘기를 전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고.
조금은 멀건해 보이는 국물과 면발, 그리고 고명들이 담긴 한 사발의 음식, 우동. 일견 단순해 보이는 메뉴 같지만 맛의 깊이는 결코 헤아리기 쉽지않다. 복잡미묘한 우동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일본식 우동의 강세
일본식 우동의 맛 비결은 우선 면발! 고기에나 있을 법한 '숙성'의 개념이 우동 면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고기를 숙성시키면 더 부드러워지지만 면발은 더 쫄깃쫄깃해진다. 보통 반죽 후 냉장고에 넣어 '푹 익도록' 놔두고서 식탁에 내놓는다. 일본 음식 전문점 시부야의 안주인 강순애씨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숙성 시간을 잘 조절하는 것이 맛을 좌우한다"고 귀띔한다.
또 반죽 단계에서 면발에 약간의 소금기가 들어간다.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간을 조절하는 것이 기술이다. 보통 여름철에는 짠 맛을 더 낸다. 요즘 직접 면을 뽑아내는 우동집들은 대부분 숙성과정을 거친다.
우동 국물에 멸치와 다시마만 넣어 끓이면 된다고? 천만의 말씀! 일본식 우동에는 '가쓰오부시'가 들어 간다. 말린 참치를 대패로 썬 듯 얇은 슬라이스 형태의 가쓰오부시는 우동 국물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맛과 향을 내 준다. 멸치를 사용할 때의 강한 맛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우동도 브랜드로 먹는다
10여년전 국내에 정통 일본식 우동을 표방하며 문을 연 '기소야'. 처음엔 중·장년층들이 좋아하는 맛으로 인기를 모았지만 지금은 나이를 불문하고 즐겨찾는 맛이 됐다. 우동집으로서는 파격적으로 50평 이상의 대형 식당 형태를 갖춘 것도 입소문을 탔다. 김지수 마케팅부장은 "처음 우동 맛을 본 고객들로부터 '왜 이리 면이 질기냐', 가쓰오부시를 보곤 '웬 나무껍질이 들어가 있냐'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젊은 층들을 겨냥해 매장 규모와 가격대를 낮춘 신기소야도 오픈했다. 미소야 장수암 아소산 등도 브랜드와 맛으로 단골 고객들을 끄는 우동 명소들.
우동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보통 우동집에서는 '우동 메뉴'를 시키지 않는다. 대신 '세트 메뉴'를 시킨다. 돈가스나 치킨가스, 스시, 새우튀김 등과 우동 한그릇,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공기밥으로 이루어진 세트 메뉴는 우동집의 최고 인기 메뉴. 역시 한국인에게는 면발로 허전한 속을 공기밥이 달래준다.
우동의 한국화
우동의 본고장이 일본이라면, 얼큰하고 뜨겁게 먹는 '김치우동'은 대표적인 한국식 개량형 우동이다. 실제 우동집에서 가장 잘 나가는 메뉴 중 하나가 김치우동이다. 메뉴판을 아예 보지도 않고 시키는 메뉴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우동 종류와 달리 뜨거운 냄비에 담겨 손님에게 제공되는 것이 큰 차이. 기소야의 경우 한국화한 우동 맛으로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 세계 '맛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맛있는 우동집
기소야 (02)564―9025 미소야 (02)587―3000
장수암 (02)568―6683 아소산 (02)2606―6667
동경 (02)548―8384 조금 (02)734―0783
본가스 (02)722―0358 동경우동 (02)753―3667
아마기리 (02)783―6226 토안 (02)511―1550
시부야 (02)599―9599 타워호텔 아리수 2250―9256
워커힐 더뷰 (02)455―5000 신라호텔 파크뷰 (02)2230―3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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