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윤성식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정국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윤 후보자의 '자질' 문제 등을 들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당은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지금 분위기에선 동의안이 부결되리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그러나 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두 당이 힘으로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아 오히려 청와대와 신당의 입지만 넓혀주는 부작용을 초래할까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감사원장은 정치적 비중이 크지 않은 자리라는 점을 들어 "이번에는 눈 딱 감고 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한나라당 청문특위 간사인 홍문종 의원은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윤 후보자의 자질은 미흡하지만 동의안은 통과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일반 의원은 물론 일부 당직자의 반응도 차갑다. 한 고위당직자는 "우(牛) 시장에 말이 나온 것 같다"고 윤 후보자의 '자격 없음'을 빗댔다. 다른 소장 당직자는 "김덕룡 의원이 검찰에 소환되는 상황에서 의원들도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동의안 부결을 점쳤다.
그러나 이것이 민주당과의 공조로 비쳐질 경우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는 게 지도부와 중진들의 판단이어서 최종 흐름이 어느 쪽으로 잡힐 지 속단이 어렵다. 결국 26일 표결 직전의 의원총회 분위기가 관건이 될 것 같다.
민주당은 26일 오전 의총을 열어 청문특위 간사인 함승희 의원의 보고를 들은 뒤 당론을 결정키로 했다. 함 의원 등 특위 위원과 일부 의원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어 인준 반대쪽으로 당론이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상천 대표는 "정부가 내놓는다고 무조건 동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함 의원은 "부적절하다면 국민 사이에 반대여론이 형성될 것"이라며 "청문회에서 듣고 본대로 보고하겠다"고 부적합 의견을 낼 생각임을 시사했다.
반면 김영환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당을 버렸다고 배신감에 빠져 감정적 대응을 해선 안 된다"면서 '냉철한 판단'을 강조했다.
통합신당은 윤 후보자가 소신과 노선, 청렴성 면에서 적절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의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차원서 크로스보팅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찬성쪽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므로 이 참에 신당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자"는 의도도 엿보인다.
김영춘 부총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면 어쩔 도리가 없다"면서도 "부결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 섞인 전망을 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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