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수출 경쟁력과 채산성 악화라는 비상이 걸린 기업들은 매일 환율과 피 마르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연간 120억 달러 상당의 자동차를 수출하는 현대자동차는 하루 수출 대금으로 들어오는 외환만 3,000만∼4,000만달러에 달하며 이중 달러화 결제가 70%를 웃돈다. 현대차 외환 딜러는 "환율이 달러 당 100원 떨어지면 환차손이 연간 2,000억원에 달한다"며 "달러화 결제를 줄이는 대신 유로화 결제 등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도 하루 외환 거래 규모만 100건이 넘고 연간 250억 달러의 수출 대금이 하루 평균 7,000만∼8,000만 달러씩 쏟아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시각각 환율 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워 외환 헤지를 하지 않는 대신 수출대금과 보유 현금에 대해 원화와 달러화 운용 비율을 5대5로 매칭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이처럼 전문가와 시스템을 갖추고 환율 변동에 대처하고 있는데다 연초부터 환율 하락을 예상, 환율을 달러 당 1,100∼1,150원으로 책정·운영해 와 달러 당 1,150원대인 현재 상황에서 그리 큰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환율 급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35.9%, 특히 중기의 67.5%는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중기의 85%는 환율이 달러 당 1,150원 아래가 되면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다. 자동차 부품 업체 관계자는 "수출 한계 환율이 달러 당 1,180원인 만큼 1,150원 이하로 떨어지면 수출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환율이 단기간에 요동 치면 그나마 환 헤지 전략이 실효를 거둘 수 있지만 임시방편적인 성격이 짙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무협 관계자는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생산기지의 해외이전과 함께 품질 향상과 원가 절감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엔고 위기를 넘겼다"며 "생산과 판매 과정에서 코스트를 최대한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유럽 등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한 결제통화 다각화와 중기의 환 관리체제 지원 사양사업 정리를 비롯한 상시 구조조정 체제 구축 저렴한 원자재 구입 루트 확보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