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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책연구기관이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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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책연구기관이 이럴 수가

입력
200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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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가 경인운하 건설사업의 경제성이 높다는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동원, 엉터리 보고서를 내게 했다는 감사원 발표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건교부는 사업타당성 입증을 위해 평가항목을 억지로 짜맞추고 KDI는 건교부의 주문에 따라 건교부가 원하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맞춤식 보고서'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건교부와 KDI가 한통속이 되어 비용은 줄이고 효과는 부풀려 경인운하 건설이 마치 경제성이 있는 것처럼 억지 결론을 끌어냈다는 말인데 어떻게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국토의 효율적인 개발 및 이용을 책임진 건교부가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써가면서 경인운하 건설사업을 강행하려 한 배경이 의심스럽다.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조사·연구와 정책개발을 위해 설립된 KDI가 건교부 주문을 순순히 들어준 것은 더욱 납득할 수 없다. 지난해 3월과 8월 두 차례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던 KDI가 끝내 건교부의 주문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던 까닭은 무엇인가.

경인운하가 완성된다 해도 교량 높이를 잘못 추산한 바람에 컨테이너선박이 다닐 수 없는 쓸모 없는 운하가 될 뻔했다는 점에 이르러서는 할말이 없다. 감사원이 적발해내지 못했다면 2조원 가까운 사업비가 쓸모없는 사업으로 낭비되었을 것이 아닌가. 이번 일로 정부의 국채사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국책연구기관들이 정부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실정이라면 그 많은 국책사업들이 이처럼 엉터리 용역결과를 토대로 추진되지 않았다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

건교부와 KDI는 감사원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이 사업의 타당성을 냉정하게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추진중인 다른 사업들에 대해서도 이런 허점이 없는지 점검하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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