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병이 들었을 때 가장 나약해지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위로 받고 싶어한다. 그 대상은 가족, 친구 때론 종교가 되기도 하지만, 병을 치료하는 의사에게도 크게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은 의사 소위 명의를 찾게 된다.그러면 일반인들은 어떤 기준으로 명의를 판단할까? 우선 그 분야에서 권위자라는 소문이 나야 한다. 그리고 환자에게 완치에 대한 자신감을 주는 카리스마 등의 부수적인 요인도 있는 것 같다. 특히 요즘엔 매스컴의 발달로 신문이나 방송에 얼굴만 한번 나가면 하루 아침에 명의 대열에 올라 진료 예약이 쇄도해 몇 달 심지어 몇 년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기준과 의사들 사이에서의 명의 기준에는 차이가 있다. 실제 사회적으로 저명한 의사들이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는 그렇게 평가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의사들이 꼽는 명의는 사회적 명성보다는 오랜 동안 한 분야에서 전문적 수련 과정을 거쳤으며, 학문적으로도 괄목할 업적과 함께 환자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갖는 사람이다. 그래서 가끔 주위의 부탁으로 유능한 의사를 추천해 주어도 환자들은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원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환자들이 좋은 의사를 찾는 것처럼 의사들에게도 좋은 환자와 나쁜 환자가 있게 마련이다. 일단 의사의 말을 잘 듣지 않는 환자가 있다. 그들은 약도 제대로 먹지 않으며 하지 말라는 것은 꿋꿋하게 한다. 치료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또 의사를 믿지 못하는 환자들은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불안해 남이 좋다는 것은 이것저것 다 해본다. 이런 환자 또한 지속적 치료가 불가능하다.
병원에 와서 특별한 대우를 받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아는 사람들을 통해 계속 잘 봐달라는 부탁을 하며 많은 특혜와 관심을 원한다. 이런 경우 의사들은 많은 부담을 느끼게 되고 오히려 치료에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바꿔 말하면 좋은 환자란 의사를 신뢰하고 치료에 잘 따라 주며 의사와 더불어 병을 이겨 내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진 환자를 말한다. 의사들은 좋은 환자를 만나야 성공적인 치료를 할 수가 있다. 환자들이 좋은 의사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욕구이다. 하지만 병을 빨리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확한 정보도 모른 채 입소문만 믿고 명의를 찾아 다니는 것이 아니라 좋은 환자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권 준 수 서울대 정신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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