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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대회 "뇌물 잡음" 진동 / 입상 대가 심사위원에 최고 수천만원 뒷돈 "공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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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대회 "뇌물 잡음" 진동 / 입상 대가 심사위원에 최고 수천만원 뒷돈 "공공연"

입력
2003.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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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유명 국악인 A씨의 국악경연대회 심사비리 사건을 계기로 국악대회 전반에 대한 수사에 착수, 국악계의 '검은 고리'가 드러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악인들은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면서도 올들어 내부의 자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 와중에 이 같은 비리가 불거져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현재 입상자 선정 비리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심사위원은 5, 6명 선으로, 문제가 된 국악대회도 '소리의 고장'인 호남지역에서만 20여개에 달한다. 이들 국악대회의 경우 참가자들이 입상을 하기 위해 심사위원들에게 수십만∼수천만원의 사례금을 '후불제'로 내왔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A씨의 경우 1998년 11월 광주시가 주최한 국악대전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대회가 끝난 뒤 대통령상 수상자로부터 2,000만원을 건네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악계 관계자는 "국악대회 수상자들이 심사위원들에게 입상을 대가로 어느 정도 '인사'를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며 "이를 뇌물성으로 생각하는 당사자들은 거의 없다"고 실토했다.

국악계에서는 "이번에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악계 인사는 "몇 년 전만 해도 전국에서 열리는 국악경연대회의 절반정도가 심사위원들의 담합과 뒷돈거래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며 "특히 판소리 부문의 경우 '대통령상=명창'이라는 공식이 일반화해 금품 로비가 더욱 치열하다"고 털어놓았다.

국악대회의 부정심사 뇌물청탁이 위험수위에 달하자 올해 초 일부 국악인들이 정부에 부정심사 방지 등을 위한 '암행감사'를 실시해 줄 것을 요청, 문화관광부가 각종 대회마다 암행감사를 벌이고 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국악대회의 심사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국악대회가 전통문화 보전이라는 취지에서 벗어나 계파간 전승세력 확보와 국악인으로서 '상품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전통문화인은 "국악대회 대상만 타게 되면 지명도가 올라갈 뿐 아니라 문하생이 많은 학원운영이 가능해 사실상 먹고 사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며 "이 때문에 참가자들이 무슨 수를 써서든 수상하고 보자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재정이 열악한 국악경연대회의 난립도 비리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 문화관광부의 시상 지원 대상 국악대회만 79개로 이중 대통령상이 주어지는 대회는 19개. 문화부는 당초 국악대회 난립에 따른 심사비리가 끊이지 않자 지원대상 대회를 지난해 104개에서 18개로 대폭 줄였으나 대회 주관 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다시 늘렸다.

문화부 관계자는 "컴퓨터 채점 및 심사위원 채점표 공개 등 심사의 공정성을 위한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심사위원의 도덕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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