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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 / 자전거보관대 관리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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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 / 자전거보관대 관리 허술

입력
2003.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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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먼지를 보세요. 한 달 넘게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라니까요."지난 17일 오후 서울 잠실역 부근 자전거보관대. 박현경(23·여)씨는 바퀴 바람이 빠져있고 핸들마저 온데 간데 없는 옆 자전거를 노려본다. "전철역 바로 앞이라 출근시간 때는 자전거를 서로 세우려고 한바탕 난리를 치르는 곳인데 이렇게 내버려 둔 자전거들 때문에 멀리 떨어진 곳에 세워야 할 때마다 속이 상해요."

서울시내 25개 구청과 한강시민공원관리소가 운영하고 있는 자전거보관대가 관리부실로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서울시에 설치된 자전거보관대는 지하철 역 주변, 공원과 학교 인근 등 1,607곳으로 자전거 4만1,511대가 주차할 수 있다.

그러나 늘어가는 자전거수를 감당하기에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그마저도 장기간 방치된 자전거들이 차지하고 있어 자전거와 대중교통 연계라는 본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잠실역까지 자주 자전거를 이용한다는 이현경(24·여)씨는 "자전거 보관대가 있는 역 출입구를 이용하려면 큰 길을 건너 바쁜 시간에 수백미터를 걸어야 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서대문구 현저동 독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3호선 독립문역의 자전거주차장. 이 곳에 세워진 15대의 자전거중 제대로 굴러갈 자전거는 단 한 대도 없었다. 대부분 심하게 녹이 슬거나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있었고 아예 뒷바퀴가 달아난 것도 있다. 독립공원을 자주 찾는 서모(60)씨는 "마치 폐자전거 하치장 같다"며 "자전거를 타고 오는 날에는 보관대보다 주변 나무에 묶어둔다"고 말했다.

자치구들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하소연하고 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42개 자전거주차장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단 1명뿐"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교통행정과 직원은 "1년에 3차례씩 방치된 자전거를 수거하고 수시로 시설을 보수하고 있지만 100개가 넘는 자전거주차장을 직원 3명이 정상적으로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다른 자치구에 비해 상황이 괜찮다는 송파구는 112개(4,720대 주차)의 자전거보관대를 교통행정과 직원 1명, 도로과 직원 2명이 관리하고 있지만 이들의 업무는 자전거보관대 관리만이 아니다.

시민들의 양식 부족도 지적된다. 독립문공원에서 만난 김영기(65)씨는 "일부 주민들이 고장난 자전거를 주차장에 버리고 있다"며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내 것처럼 소중히 여기는 시민의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실장은 "서울시가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시설이나 체계를 만드는 데 소홀하다"며 "시민들의 불편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자전거를 타던 시민들도 자가용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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