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한계선, 해병대, 출입통제….'황해도 장산곶이 손에 닿을 듯 시야에 들어오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 온갖 금단의 단어들이 떠오르는 섬이지만 이곳에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갖가지 금지선을 뚫고 '자유'를 만끽하는 동물이 있다. 천연기념물 331호 '물범'(Phoca largha·사진).
백령도 북쪽 고봉포 인근은 서해안 최대의 물범 서식지다. 해마다 여름이면 고봉포 앞 물범바위에는 300∼500마리의 물범들이 몰려와 휴식을 취한다. 물범은 북극권을 중심으로 북태평양에 다수 서식하지만 극동에서의 번식과 서식은 중국 랴오둥(遼東)만과 서해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범은 언뜻 '물개'와 비슷하지만 물개와 달리 앞발이 발달하지 않아 배로 움직인다. 평균 몸길이 1.4m 몸무게 90㎏로 바다 표범류중에서 가장 작다. 다소 우둔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검은색, 흰색, 회색 등의 얼룩은 인상적이고 '일부일처제'로 번식하는 것도 물개와 다르다. 물범은 1,2월 랴오둥만에서 새끼를 낳고 3월께 서해안으로 남하, 6월께 백령도에서 개체수가 절정에 이르고 10월께 다시 북상을 시작한다.
물범은 1940년대 극동에서 1만마리에 달했으나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1980년대 이후 2,000여마리에 불과한 희귀종이 됐다. 1960년대만 해도 백령도 해안까지 올라올 정도로 흔했지만 현재는 고봉포에서 15분은 배를 타고 가야 물범을 만날 수 있다. 물범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1982년이지만 본격적인 생태연구는 90년대말부터 이뤄졌다. 물범 전문가인 국립환경연구원 원창만 박사는 "백령도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인간이 완전히 통제되는 유일한 지역이라 천혜의 물범 서식지"라며 "물범 보호구역 지정 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령도=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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