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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환율대책, 왕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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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환율대책, 왕도는 없다

입력
2003.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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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엔화와 유로화를 비롯하여 한국의 원화 등 세계 각국의 통화가 달러대비 급격한 평가절상을 겪고 있다. 20일 두바이에서 열린 G7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나온 성명서에 '유연한 환율정책에 대한 지지'가 포함된 것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런 성명이 나온 배경에는 미국의 압력이 작용했다. 미국은 지속적인 재정적자 및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고 기업들의 대외수출 증대로 경기회복에 도움을 주기위해 약(弱)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환율은 기본적으로 통화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변동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정치적인 결정을 통해 환율변동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부당하다. 그러나 미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누리고 있는 일본과 중국 등이 외환시장개입을 통해 환율을 방어하고 있어서 이들 통화가 실제가치보다 저평가되어 있다고 비난한다. 즉, 이 국가들이 인위적으로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하여 국제시장에서 자국의 수출경쟁력에 도움을 주는 소위 '근린궁핍화' 정책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겨냥하는 주 대상은 중국과 일본이다. 미국측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중국은 대미 교역에서 1,000억 달러를 상회하는 흑자를 누렸고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3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얻었다. 이는 미국의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 중 37%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리고 실제로 중국은 2000년대에만 매년 25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누리면서도 고정환율제를 통해 환율에 이러한 흑자상황을 반영하지 않았다. 일본도 막대한 보유외환으로 환율을 관리해왔다. 따라서 두 나라는 미국의 비난과 정치공세에 난처한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두바이 선언이후 엔화는 이미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일본은 명시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국제통화간 환율분쟁은 우리 원화에도 평가절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약달러 정책이 한국의 원화가치를 절상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 원화의 환율은 일본 엔화 환율과 밀접하게 동조현상을 보이고 있어 미국의 직접적 목표인 엔화 절상은 원화에도 상당부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적으로도 수출이 견조한 흑자추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외국 펀드매니저들의 투자도 아직은 유입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원화도 기본적으로 평가절상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원화는 이미 올들어 최근까지 3% 정도의 평가절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 달러화의 가치하락이 심지어 30%까지 될 것이라는 해외기관의 전망과 엔화나 유로화 등의 가치상승폭을 고려할 때 원화도 더 큰 폭의 가치상승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화가치의 상승은 수출경쟁력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친다. 다행히 한국의 대아시아 수출비중이 50%를 넘고 아시아 통화들이 동반상승하고 있어서 그 압력이 줄어드는 면은 있지만 가격경쟁력의 약화는 불가피하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의 시장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변동환율제를 기조로 하고 있는 한국으로서 시장개입은 급격한 변동으로 인한 충격방지가 목표이지 일정수준의 환율을 유지하는 것은 목표가 아니다. 또한 세계화로 인해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경쟁력 약화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경제환경이 되었다. 강한 원화에 따른 경쟁력 약화는 이제 정부의 과제라기보다 경제주체가 해결할 문제가 된 것이다.

결국 기업과 개인이 생산성 제고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원론적 대응이 환율변동의 충격을 이기는 최선의 방안이다. 우리 경제가 충격에 강하도록 체질을 강화시키는 것 외에 다른 왕도는 없다.

윤 덕 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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