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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12>포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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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12>포크너

입력
2003.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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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7년 9월25일 미국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가 미시시피주 뉴올버니에서 태어났다. 1962년 같은 주 옥스퍼드에서 몰(沒). 포크너는 20세기 미국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러나 포크너 생전에 그의 소설에 높은 점수를 준 사람들은 미국 평론가들이라기보다 사르트르나 앙드레 말로를 포함한 유럽 지식인들이다. 화자의 교체, 시간과 숙명이라는 주제에 대한 천착 등 포크너 소설의 현대적 특징들을 미국의 주류 평단이 높이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만년 들어서다. 1949년 포크너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에야, 미국 문단은 그에게 두 차례 퓰리처상을 헌정했다.그러나 포크너 소설의 배경은 온전히 미국적이다. 남북 전쟁으로 몰락한 남부 명문 가족 출신이었던 포크너는 자신의 작품 대부분을 남부의 역사 위에 세웠다. '음향과 분노'(1929) '8월의 햇빛'(1932) '압살롬 압살롬'(1936)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작품을 포함한 많은 소설에서 포크너는 19세기 초부터 1940년대까지에 걸친 남부의 영광과 몰락을 그렸다. 그 소설들을 통해서, 미시시피주 옥스퍼드는 요크나파토파라는 이름으로 문학사에 화려하게 등재되었다.

포크너 소설의 등장 인물들은 흔히 부도덕하고 일탈적이다. 그것은 그의 이름을 대중 독자들에게 처음 각인시킨 '성역'(1931)에서 이미 인상적으로 드러난다. 엽기적 성폭행 사건을 둘러싸고 마을 공동체가 휘청거리자, 사람들은 진범을 찾기보다 이 위기를 봉합하기에 가장 적합한 희생양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 끝내 엉뚱한 사람을 화형시킨다. 이런 부도덕성은 포크너가 즐겨 그린 남부 상류 사회의 힘있는 인물들도 나누어 가지고 있다. 인간의 그런 왜소함을 냉혹히 살피며 위대함의 가능성을 톺아보는 것이 문학의 한 일감일 터이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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