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23일 자진 출두한 재독 철학자 송두율(59·독일 뮌스터대) 교수를 상대로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인물인지 여부, 자수한 간첩 오길남에게 입북을 권유한 혐의 등을 집중 조사했다.송 교수의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이날 조사를 받고 있던 송 교수를 두 차례 접견한 뒤 "국정원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 인물'이라는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발언과 1992년 자수한 간첩 오길남이 85년 독일에 유학할 당시 입북을 권유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며 "명확한 입증자료 없이 반복되는 추궁에 송 교수가 '피곤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조사 진척도로 보아 친북 활동 혐의 등에 대한 조사가 24일까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날 오전 9시55분께 김 변호사, 나병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와 함께 국정원에 자진 출두했다. 송 교수는 국정원이 "관례가 없고 수사 시설도 없다"며 김 변호사의 입회를 거부하는 바람에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친 뒤 변호인 없이 청사 안으로 직행했다. 이와 관련, 그 동안 '변호인 입회하의 조사'를 전제로 송 교수의 자진 출두를 추진해 온 기념사업회 측은 국정원에 항의 의사를 전달했으며, 독일대사관 영사담당 1등서기관 크리스티나 바인호프씨도 "1주일 전 빈 영사협약에 따라 변호인 입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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