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찰청에 대한 국회 행자위 감사에서는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 앞에서 일부 의원과 증인이 '친북세력' 논란으로 육탄전 일보 직전까지 가는 격한 말싸움을 벌였다. 탈북자 문제로 방문하는 나라마다 논란을 빚는 폴러첸도 추한 '남남 갈등'의 현장을 목격하고는 고개를 젓고 자리를 떴다.한나라당 의원들은 먼저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당시 반 북한시위를 놓고 폴러첸으로부터 정부의 대북정책 비판을 유도했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폴러첸이 북한 인권을 고발하다가 북한 기자단에 맞은 것은 국제적 망신"이라며 "경찰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이유를 아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목발에 목 보호대를 착용한 채 나타난 폴러첸은 "처벌엔 관심이 없지만 한국의 언론 자유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폴러첸은 "서울에 있으면서도 평양에 있는 기분이 든다"면서 "한국 경찰은 북한 비판은 막고 한총련을 보호한다"고 비난했다.
시민단체 '국민의 힘'과 충돌했던 서정갑 예비역대령연합회 회장의 증언에 이르러서는 통합신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서 회장이 "친북세력 200명의 명단을 갖고 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1호"라고 발언하자 통합신당 이강래 의원은 "DJ를 7년간 모셨지만 좌익성향이 없었는데, 그런 명예훼손이 갈등을 부추겨 북한을 이롭게 한다"고 따졌다.
같은 당 송석찬 의원이 바통을 받아 "도대체 통일관이 뭐냐, 국회를 뭘로 보는가"라고 몰아붙이자 서 회장은 흥분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마이크를 들고 집어던질 듯한 자세를 취하며 "내가 죄인이냐, 왜 위협적으로 말하냐"고 반발했다. 옆 자리의 예비역대령연합회 전정환 운영위원도 일어나 손가락질을 하며 "송 의원, 당신이 국회의원이냐"고 고함을 쳤다. 신당의원들과 증인 간에 고성이 계속되자 폴러첸은 가지고온 목발과 보호대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는 "평양에서 들은 뒤 이런 고성과 위협은 처음 들었다, 난 이런 게 싫다"며 돌연 국감장에서 퇴장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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