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장 피해가 컸던 경남 통영시 산양읍 곤리도는 요즘 초상집 분위기다. 어장을 잃고 박모(56)씨 등 3가구가 고향을 버리고 인근 마산과 거제로 떠났기 때문이다. 이 마을 어촌계장 김종윤(63)씨는 "양식장을 하며 남은 것은 수천만원의 빚밖에 없는데 누가 더 (물)고기를 키우겠느냐"고 반문했다. 거제도에서 피해가 가장 컸던 일운면 와현마을에서도 김모(73)씨 등 4가구가 무너진 집을 뒤로한 채 마산 등지로 옮겨갔다.태풍 매미로 수해를 당해 고향을 등지는 '실향민'들이 늘고 있다. 반복되는 수해에 진저리가 나는 데다 복구 엄두조차 내지 못해 떠나는 이 같은 사연들은 수해로 실의에 빠진 농어촌 마을들에 또 다른 아픔을 남기고 있다.
경북 영양군 영양읍 하원리에서 3,000여평의 복숭아과수원을 하는 황영수(68)씨는 지난해 태풍 '루사'에 사과농장과 집을 잃은 뒤 복숭아로 작목을 바꿔 재기를 노렸지만 태풍에 모든 것을 잃자 아예 고향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황씨는 "애써 과수농사를 지어봤자 해마다 태풍이 휩쓸고 가면 남는 것은 한숨뿐"이라며 "아예 도회지 아들네로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수해에 고향을 통째로 옮기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강원도는 태백시 철암동,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 정선군 정선읍 애산리, 동해시 송정·용정동 등 주민들을 아예 집단 이주시키기로 했다. 이들 지역에는 674동의 주택이 피해가 나 2,700여명의 주민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할 형편이다. 강원도는 국비 445억원 등 1,495억원을 들여 내년부터 임대주택 1,250호를 건설, 기반시설을 갖춰 2,3년 내에 이주토록 할 계획이다.
경남 산청군도 상습 수해지역인 생비량면 가계리 송계마을 70가구 150여명의 주민들을 위한 집단이주단지를 내년 5월까지 조성키로 했다. 지난해 여름 산사태로 마을 전체 20여가구가 매몰됐던 경남 함양군 마천면 내마·당흥마을도 이웃 가흥리 가채마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조성중이다.
/춘천=곽영승기자 yskwak@hk.co.kr 산청=정창효기자 ch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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