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발(發) 환율 쇼크가 23일 정부의 강한 시장개입으로 진정세를 보였으나 당분간 원화 강세의 지속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수출의 명암을 가를 중국 위안화 향방에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다. 주요 수출 경쟁국 가운데 일본 엔화 등 대부분 아시아 국가 화폐는 원화 가치와 동반 절상됐지만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에 고정(페그)돼 덩달아 약세를 나타내면서 한국 수출경쟁력을 가장 크게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중국은 서방선진 7개국(G7)의 노골적인 평가절상 압력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고정환율제를 고수할 뜻을 분명히 밝혔으나 차츰 환율에 다소의 융통성을 부여할 뜻임을 시사했다.
위안화 절상기대 고조
G7 회담이후 선물시장에서 위안화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3일 오후(한국시간) 홍콩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위안화 12개월물 선물환 가격은 3,150포인트를 기록해 전날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현재 달러 당 8.28위안으로 고정된 환율이 1년이내에 7.9720위안까지 절상될 것이란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장에선 위안화 절상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이다.
중국은 고정환율제 고수를 위해 최대한 버티겠지만 국제사회의 압력을 마냥 거부할 수만은 없을 전망이다. 따라서 현재 '8.28위안갻0.3%'로 돼 있는 변동폭을 조금씩 확대해나가거나 위안화를 달러뿐만 아니라 유로화나 엔화 등 복수통화와 연계해 움직이도록 하는 '복수통화바스켓제'를 도입한 뒤 천천히 변동환율제로 옮겨가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수출경쟁력, 위안화에 달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빅맥 지수를 근거로 볼 때 위안화의 환율은 56%나 저평가돼있다"고 지적했고, 골드만삭스는 "최대 15%정도 절상돼야할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중국이 이처럼 급격히 위안화를 절상할 가능성은 없어보이지만, 조금이라도 변동폭을 확대한다면 당장 중국과 경쟁하는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원화가치는 위안화에 대해 올들어서만 약 3.0%, 2001년말에 비해서는 14.1%가 올라 앉아서 수출가격 경쟁력을 그만큼 까먹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80년대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우리 경제가 최대 호황을 누렸듯이 위안화가 절상되면 커다란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위안화가 절상되면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 대한 통화가치 절상압력도 함께 높아지는데다, 중국의 수출경쟁력 하락으로 경제성장이 둔화하게 되면 결국 중국에 수출하는 주변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게된다는 지적도 많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평가절상이란?
환율을 내려 화폐가치를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미국 달러 당 8.28위안이었던 중국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7.97위안로 내린다면 위안화로 교환할 수 있는 달러 액수가 늘어나게 되며, 그만큼 위안화 가치는 올라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요 대미 무역 흑자국들과는 달리 최근 흑자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데도 달러화에 대한 환율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수출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는 23일 '주요국 환율동향과 대미 무역수지 변화'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올 상반기 54억달러(미국통계 기준)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억 달러 감소했지만 원화 환율은 2001년말 1,196.6원에서 최근 1,152원으로 13.9%나 하락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처럼 환율이 하락하는 동시에 대미 무역흑자가 줄어든 나라는 15개 대미 흑자국 가운데 한국과 캐나다(환율 15.4% 하락) 인도네시아(19.8% 하락) 대만(3.4% 하락) 등 4개국뿐이다.
반면 달러와 연동하는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상반기 대미 흑자가 지난해 보다 각각 309억달러와 13억달러 늘었고, 2.3∼35.0%까지 환율이 오른 멕시코와 브라질, 이스라엘은 흑자규모가 13억∼100억달러로 확대됐다.
무협은 미국이 내년 대선을 겨냥해 중국 등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돼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 통화절상 압력을 넣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무협은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원화 환율과는 큰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국내 경기상황 및 엔화 환율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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