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소주 서너 병을 마셨다. 알코올 중독으로 간경화까지 생겼고 목숨을 위협 받기에 이르렀다. 정말 돌이키기 싫은 얘기였지만 내 삶이 알코올중독자와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들에게 힘이 될 것 같아 출판을 결심했다."27일 우리나라 여자프로권투선수로 첫 세계타이틀에 도전하는 이인영(32·산본 루트체육관·사진)씨가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나는 복서다'(들녘 출판사)를 출간,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교 졸업 후 미용사 보조로 남의 머리 감기는 일과 봉제공장에서 실밥 따는 일을 시작으로 학원 셔틀버스, 일반택시는 물론 트럭운전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거기에 10여년간의 중증 알코올중독자였으니 그의 인생의 전반 라운드는 혹독했다. 이씨는 자기에게 큰 힘이 됐던 아버지가 10여년 전 갑자기 돌아가신 이후 술에 절어 살았고, 믿기지 않게도 중증 알코올 중독자가 돼버렸다.
"내 인생의 3분의 1을 술에 절어 살았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고통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던 끔찍한 시절이었다."
그를 알코올 중독의 긴 터널에서 빼낸 것은 TV에서 우연히 본 여자 프로복싱 세계 타이틀전이었다. 치고 때리고, 피하고 맞고….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멋졌다. 깨끗했다. 바로 저거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다. 그래, 권투를 하자고 마음먹었다.
거듭된 훈련은 알코올 중독으로 생긴 금단현상을 극복하게 해주었다. 2년 전 권투를 시작한 이래 그는 매일 새벽 다섯 시면 어김없이 10㎞의 로드워크에 나선다. 운동신경이 타고 나 연전연승, 어느새 한국여자복싱을 대표하는 선수로 급성장했다. 할 수 있는 한 링에서 뛰겠다는 것이 그의 야무진 포부다. 목전에 다가온 세계 챔프를 거머쥐는 것도 물론이다.
이인영씨는 "사람은 누구나 한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너무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고 그 장점을 살려나가면서 자신 있게 세상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6전6승(2KO)을 기록하고 있는 이인영씨는 27일 오후2시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플라이급 1위 칼라 윌콕스(34·미국)와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반드시 챔피언이 돼 어린이들에 꿈을 주고 싶다." 그는 휴대폰도 반납한 채 최종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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