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를 용인한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장관의 '두바이 발(發)' 환율 성명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와 채권시장은 22일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렸고, 아시아 증시는 22일 크게 요동친 뒤 23일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았다.
22일 미 나스닥 종합지수는 31.23포인트(1.64%) 내린 1,874.47로 마감됐고 다우존스 평균지수는 109.41포인트(1.13%) 하락한 9,535.41로 장을 마쳤다.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0.06% 포인트 오르는 등 채권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런던 증시의 FTSE 100지수는 0.7% 떨어졌고, 독일과 프랑스의 주가는 이보다 낙폭이 더 커 각각 3%와 2.7%를 기록했다.
반면 각국의 달러 대비 환율은 급격한 하락세(평가절상)를 보여 수출을 통한 경기회복 희망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이 앞 다퉈 폭락 가능성이 높은 달러화 매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20일 달러 당 114엔에 거래됐던 엔화 환율은 이날 112.11엔으로 마감됐고, 유로화 환율은 달러 당 1.1474에서 1.1361유로로 내렸다. 대만 달러 환율도 달러 당 34.058에서 33.805로 떨어졌다. 금융시장의 요동을 막기 위해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이 G7 선언 직후 "강한 달러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를 안심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투자자들은 이번 선언이 내년 대선을 앞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수출촉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강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선언은 1985년 '플라자 합의'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각국 통화의 평가절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당시 미국은 플라자 합의를 통해 장기간 저 달러 정책을 폄으로써 엔화 환율을 1년 6개월 만에 달러 당 231엔에서 154엔으로 떨어 뜨렸다. 하지만 이번 성명은 정작 미국의 최대 적자국인 중국 위안화 환율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 채 한국 일본 대만 등에 유탄을 날린 꼴이 됐다. 위안화 환율을 달러화에 고정시킨 중국은 저 달러 정책에 무임승차하는 득을 보게 된 것이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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