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오로지 생산 목적으로만 관계를 맺었던 마누라는 2편에서는 아예 섹스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동거'를 하면서 중국집 사장 딸을 딸처럼 돌보는 대신 아무런 육체적 관계도 맺지 않는다. '조폭 마누라'는 조폭 두목인 동시에 마누라지만, '여성'으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조폭 마누라 2'는 성적 코드가 배제된 마누라와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조폭을 그려냄으로써 전작의 '저질' 시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원래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듯, 오락 영화로 성공하면 '작품'이란 말이 더 근사해 보이는 법이다.
조로증 걸린 동생과 파파라치 형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오!브라더스'의 브라더는 관계를 부인한다. 형은 동생이 "형"이라 부르는 것을 싫어한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처지와 다름없다. 형은 동생을 철저히 이용해 먹는다. 물론 결말에 이르러 '형제애'를 강조하지만, 정작 관객을 웃게 만드는 것은 이용당하는 동생의 '막가파' 행동이다. "시체를 묻을 땐 말이야…"하면서 채무자 협박하기, 히로뽕으로 오인되는 인슐린 주사 맞기, 만취한 술집 누나 가슴 훔쳐보기 등. 그러나 이 모든 '껄렁한' 행동이 소년의 순진함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면죄부가 주어질 만하다.
두 영화 모두 관계와 존재 양식을 전복함으로써 웃음을 자아내려 했지만, 관객들은 '조폭 마누라 2'보다는 '오!브라더스'의 편을 들었다.
조폭 마누라인 주제에 섹스도 싫어하고 순한 척하는 것보다는 '소년'의 악마성이나 폭력성을 드러내는 게 상업적으로 흡인력이 더 크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조폭 마누라'는 겉으론 '싸가지' 없게 보이지만 속마음은 요조숙녀 같은 여자다. 이런 식으로 말하자면 '오!브라더스'는 외모는 순진남이지만 속은 꽤 건달 같은 남자다. 여기서 얻은 결론 하나. '쎈' 여자가 '착한 척'하면 소박맞는다. 순진남이 '야성'을 보이면 약발이 더 세진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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