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되다시피 한 웨스턴이 재기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호스 오페라'로 불리는 웨스턴은 그 동안 여러 차례 사망과 부활의 사이클을 그려 왔다.1990년과 92년 케빈 코스너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각기 '늑대와 함께 춤을' 과 '용서 받지 못한 자'로 오스카 작품, 감독상을 받은 것이 웨스턴의 가장 최근의 영광이다. 그 뒤로는 변변한 웨스턴이 나오질 못했는데 최근 이 장르가 스크린과 TV를 통해 또 한번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에 만들어지는 웨스턴이 옛 것과 다른 점은 21세기적 감각을 갖추었다는 점이다. 웨스턴을 곰팡내 나는 영화로 여기는 젊은 세대에도 어필하기 위해서다. 케이블TV 'USA'가 시작한 시리즈 '피스메이커' (Peacemakers) 경우 보안관과 술집과 총격전 등 고전 웨스턴의 구성요소와 함께 과학수사로 살인 사건을 푸는 현대적 범죄수사 영화의 색채가 짙다.
케빈 코스트너의 회심의 재기작 '오픈 레인지' (Open Range)는 전통적 웨스턴으로 비평가들의 호평과 함께 흥행성적도 좋아 웨스턴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코스트너는 현재 서부 변경지대의 사나이들의 얘기를 그린 또 다른 웨스턴의 각본을 매듭하고 영화화를 서두르고 있다.
12월 10일 개봉되는 '실종' (The Missing)은 여자가 얘기의 중심에 있는 색다른 웨스턴이다. 서부의 목장에서 애인과 함께 두 딸을 키우는 여인(케이트 블란쳇)이 갑자기 나타나 딸을 납치해 간 남편(토미 리 존스)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현대적 스릴러 분위기를 냈다. 12월25일에는 여러 차례 영화화한 텍사스 알라모 전투를 다룬 '알라모' (The Alamo·사진)가 개봉된다. 빌리 밥 손튼, 제이슨 패트릭, 데니스 퀘이드 등이 나온다. 이 밖에도 1860년대 아파치의 공격으로부터 수녀와 아이들을 구해 낸 일단의 배교자들의 얘기를 그린 '성 아그네스의 저항'(St. Agnes Stand), 인디언 친구 톤토와 함께 백마 실버를 타고 무뢰한들을 처벌하는 검은 가면의 사나이 이야기 '로운 레인저'(The Lone Ranger), 샘 페킨파 감독의 1969년 작으로 유혈이 낭자한 웨스턴을 미·멕시코 국경지대의 마약밀매를 둘러싼 액션영화로 리메이크한 '와일드 번치'(The Wild Bunch) 등이 나온다. 서부의 전설적 두 무법자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의 얘기인 '부치와 선댄스의 전설' ( The Legend of Butch and Sundance)을 NBC TV가 방영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서부 변경 지대의 백인가족과 인디언가족의 얘기를 그린 12시간짜리 시리즈가 2005년 케이블 TV인 TNT에 의해 방영된다.
/LA미주본사 편집위원·LA 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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