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에 대해 '유연한 환율정책'을 요구한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성명이 사실상 아시아 화폐에 대한 절상압력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을 비롯한 경제 전반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내수와 투자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마저 원화가치 폭등(환율 폭락)으로 흔들리면서 경기회복에 중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 쇼크는 어마어마한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면서 기업과 소비자의 경제활동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어 경기회복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환율 쇼크, 블랙먼데이
G7이 '시장 환율주의'에 합의, 아시아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에 일침을 가하면서 외환시장이 메가톤급 태풍에 휘말리고 증시가 동반 폭락하는 '블랙 먼데이'가 됐다. 1985년 달러화 약세(엔화 강세)를 용인했던 '플라자 합의' 당시에는 절상압력의 주타깃이 됐던 일본과 독일 경제가 지금보다 훨씬 좋았다는 점에서 이번 G7 합의의 충격은 더 크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이번 합의가 일본에 직격탄을 날렸고, 엔화에 연동해 움직이는 원화에도 충격파를 몰고 왔다.
외환시장은 당국이 시장개입을 계속할 경우 '환율 조작국'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커 환율의 추가하락이 불가피해졌으며 1,150원선이 무너질 경우 1,130원선도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외국계 투자기관은 더 비관적으로 내다봐 JP모건은 연내 1,100원, 골드만삭스는 1,110원까지 각각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비상, 경제 휘청
환율이 급락하면 수출품의 가격이 비싸져 그만큼 대외 경쟁력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중국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에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원화가치가 오를 경우 중국 제품과 경합관계에 있는 우리 기업들은 수출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삼성증권은 주요 22개 상장 제조업의 경우 환율이 100원 하락할 때 영업마진이 1.3%포인트, 순이익은 11.9%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기업들의 수익악화는 고용부진과 소비회복 지연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성장기여도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 상반기에 80%에 달할 정도로 수출의존도가 큰 우리경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불황의 늪을 헤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대구 섬유수출업체 등은 환율이 1,200원선을 밑돌면 생존 자체가 힘들어진다"며 "자동차, 반도체 업종의 대기업들도 환율 하락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고통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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