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인 1992년 영국의 작은 도시 버밍엄에서 생후 7∼9개월 된 아기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북스타트 운동이 시작됐다. 이 운동은 1999년 영국 전역으로 확대됐으며 일본과 호주, 미국에도 퍼졌다. 우리나라에서도 4월부터 북스타트 한국위원회(대표 도정일·경희대 교수)가 예방접종을 하러 보건소를 찾는 1세 미만 아기들을 대상으로 서울 중랑구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해 현재 619명의 회원을 확보했다.영국의 북스타트 운동 창안자인 웬디 쿨링은 "한국에서 북스타트 운동이 시작됐다는 소식에 흥분했다"면서 "이 운동이 성공해서 전국으로 퍼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스타트 한국위원회의 초청으로 내한한 그는 25일까지 북스타트 국제 심포지엄, 강연 등에 참석해 영국의 경험과 현황을 소개한다.
영문학 교사 출신으로 북스타트 자문위원인 그가 이 운동을 생각해 낸 계기가 있다.
"오래 전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을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책을 나눠줬는데, 유독 한 아이가 책이 뭔지, 어떻게 보는지도 몰라서 냄새를 맡고 물어뜯고 깔고 앉고 집어 던지면서 노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죠. 그때 생각했죠, 뭔가 해야겠구나 하고."
북스타트 운동이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는 '충분한 자금 확보, 북스타트 책을 전달하는 사람들이 이 운동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할 것, 그리고 아기들에게 가장 좋은 책을 줄 것'을 꼽았다.
"언제나 돈 문제가 가장 어렵죠. 영국의 북스타트 운동은 정부와 지자체, 기업과 공공재단이 지원하고, 공공도서관과 보건당국 출판사들이 협력하고 있습니다. 북스타트의 취지는 아기와 함께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책 읽기의 기쁨을 '나누는' 것입니다. 아기들은 책을 보여주는 엄마의 따스한 음성에 행복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사물을 이해하게 됩니다. 북스타트의 핵심 개념은 아기와 부모들에게 그런 기쁨을 주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아기의 첫 책은 무엇보다 즐거워야 합니다. 최대한 단순하면서 흥미를 자아내는 것이어야 하지요."
그는 "예전에는 걸음마를 뗀 아기라야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북스타트 운동이 시작된 뒤로는 더 어린 아기들도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게 됐다"면서 "덕분에 아기책 개발이 활발해져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5년 전부터 1세 미만 아기책을 대상으로 한 출판상이 제정돼 운영되고 있으며, 출판사들은 아기책을 만들 때 북스타트 관계자들에게 자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든 부모가 아기 책을 살 수는 없기 때문에 공공도서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10년간 영국의 도서관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무조건 조용히 할 것을 요구해 아기 뿐 아니라 어른들한테도 불편하고 긴장되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공공도서관이 이용자에게 '친근한 곳'을 목표로 어린 아기와 부모를 위한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특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지요."
영국의 북스타트는 최근 18∼30개월 아기들을 위한 북스타트 플러스, 시각장애 아기들을 위해 오디오북, 만지고 느끼는 책, 점자책을 넣은 책꾸러미 전달 사업도 시작했다.
/글=오미환기자 mhoh@hk.co.kr
사진=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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